"성남은 한국의 첼시 … 선수들 제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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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후기리그에 이어 올시즌 프로축구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성남 일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우승 기념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JES 임현동 기자

성남 일화의 전기리그 우승이 확정된 다음날 김학범 감독은 우승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날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언급했다. 성남과 첼시는 지난달 29일 나란히 우승이 확정됐다. 그는 첼시에 대해 "선수들 면면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포지션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 배치돼 있다"고 평가했다. 성남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며 "수비수들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김두현.우성용 등 공격진도 제 몫을 다했다"고 말했다. 장학영-김영철-조병국-박진섭으로 이어지는 포백 수비라인은 11경기에서 단 8점만을 허용했다. 칼날 같은 패스로 성남의 화력에 끊임없이 불을 댕기는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은 김 감독으로부터 K-리그 최고 미드필더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스트라이커 우성용 역시 팀 득점(19점)의 절반에 가까운 8골(득점 1위)을 넣으며 자기 몫을 다했다.

우승을 조련한 김학범 감독은 명지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과정을 준비할 정도로 학구파다. 매일 K-리그 서너 경기씩을 비디오로 보며 자신과 상대의 장단점을 연구한다. 지난 겨울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선진 축구 시스템을 배우고 돌아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포메이션 변화(4-3-3에서 4-4-2로)에 영감을 얻어 전술 변화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전임 차경복 감독 밑에서 7년간 코치로 지낸 후 지난 시즌 감독을 맡게 됐을 때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성으로 2005 후기 우승에 이어 올 시즌 전기리그까지 석권하는 지도력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 심리 변화를 빨리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름대로 '감독론'을 펼친다. 경기를 앞두고는 지난 경기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선수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치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승을 이어나간 비결인 셈이다.

전기리그 1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한 김 감독은 "여유를 갖고 많은 것을 준비하겠다"며 "대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후기리그에 임하면 선수들의 리듬이 깨진다. 어차피 치러야 할 13경기 아닌가"라며 전.후기 통합 우승의 포부를 밝혔다.

성남=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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