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니 신상공개 말아 달라”고 요구한 여중생 성폭행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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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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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을 성폭행해 1심에서 신상정보 공개를 선고받은 범죄자가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얼굴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영진)는 지난 6일 김모(29)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4년 동안의 신상정보 공개와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중학교 1학년 A양을 두 차례 성폭행하고 나체 및 성관계 장면을 동의 없이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또 자신을 만나러 온 A양 어머니 B씨로부터 도망치다가 B씨를 차로 쳐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제와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 외에도 다수의 여학생에게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통해 연락, 그들의 스타킹을 사들이거나 성관계를 목적으로 접근했다”며 “범행 내용과 재범의 위험성 등을 종합해 볼 때 김씨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다수의 여학생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해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자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는 피고인의 신상정보가 일정 기간 공개‧고지돼 받는 불이익 정도나 예상되는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은 김씨의 형량을 3년 6개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상당한 금액을 피해자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해 원만히 합의한 점, 피해자도 더는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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