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기류 심각한 단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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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림픽기간중 미 방송의 한국관련보도와 선수단 처신에 대한한국의 감정폭발에 관해 워싱턴은 민감하게 주시하면서도 반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정부는 특히 현안이 감정적인 문제이며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점 때문에 현 단계로서는 아예 문제시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자세다.
28일 「필리스·오클리」 국무성대변인은 미 정부반응을 요구받고 『언론보도들이 많이 있었던 것을 알고있다』고 일단은 사태를 언론차원의 문제로 전제하면서 『그러한 특정측면들에 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 사태도 언론에서 거론되는 상황일 뿐이고 정부가 언명해야할 전반적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미 정부의 인식자세는『대다수의 한 국민이 계속해서미국을 맹방으로 생각하고있고 미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지난 몇 달 동안의 여론조사결과』에 관한 「오클리」의 인용으로도 다시 확인됐다.
미언론도 한국국민의 감정변화와 사대발전에 대한 주관평가보다는 객관적 사실보도에 머무르고있다.
권투 장 폭력사태와 관련한 한국 텔레비전 보도를 설명하면서 일부 신문이 『성난 개미떼들을 보는 것 같았다 는 등 주관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사실보도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미 텔레비전방송이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있는데 대해 한 국민이 불공정한 보도자세로 인식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반미감정을 격발 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국민이 특히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격분하는 것은 이들이 이번 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행사의 차원을 넘어 과거의 역경을 극복하고 이룩한 발전을 과시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있기 때문이라는 이해도 아울러 설명했다.
한 중진 미 언론인은 『권투 장 심판구타사건은 명백히 뉴스이며 3백만 달러를 투자해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NBC로서는 이 단독 특종보도를 상세히 다루려 했던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러나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는 사창가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스포츠중계 목적의 방송에 포함시킨 데 대해서는 동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이번 문제들을 둘러싼 분위기가 쉽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심지어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현 사태와 반미감정에 관해 한국국민만큼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개적 발언과 일반의 표면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대한관계에 직접적인 관계자들은 내면적으로 뜻하지 않은 사태발전에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등 젊은 세대의 반미감정이 시위 등 각종 형태로 전부터 표출되어 왔지만 올림픽을 통해 일반국민들에게까지 이처럼 큰 폭으로 확산 된데 대해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무성이 새로운 사태와 관련하여 더 이상 한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대처하라는 내용의 훈령을 주한대사관에 보냈다는 사실도 이를 실명해주는 것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 측은 이 같은 한 국민의 공개적인 반미감정의 표현을 대미 관계에서 한 국민이 갖기 시작한 스스로에 대한 확신 감의 표현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 정부 관계자는『동양사람 눈에 미국사람이 때로는 건방지고 버릇 나쁜 국민으로 인식되는 것을 알고있다』고 말하고 『한국인이 다른 아시아국가의 국민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감정이지 근본적인 반미의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가깝고 오래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양국 간에 이런 감정이 노출되고있는 것이 우려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외국의 반미감정을 처음 경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악화 운운은 부적절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유럽의 좌파, 라틴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등 제3 세계, 그리고 중동 이슬람세계 등 도처에서 팽배해 있는 반미주의에 깊은 우려를 해온 미국으로서는 전통적인 우호·친미의 한국이 주한미군 지위의 변화를 거론하고 북방외교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대미감정의 악화를 연출하는데 대해 아직 정책적인 대처방안을 수립해놓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외교소식통은 10월1일부터 4일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마이클·아머코스」미국무성차관의 일정은 이번 사태이전부터 잡혀있었지만 한국정부지도자들과 동 사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목을 환기시켰다. 【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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