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옛집 터에서 "나랑 다시 결혼해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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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정들었던 집이 화마에 휩싸여 홀라당 타버린 뒤 잿더미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않고 아내에게 한번 더 프러포즈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하는 부부의 러브스토리가 화제다.

캘리포니아 화재현장 러브스토리 #결혼반지 발견해 다시 끼워주며 청혼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결혼반지를 찾아낸 남편 이수 라오가 아내 로라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다시 청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결혼반지를 찾아낸 남편 이수 라오가 아내 로라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다시 청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주말 산불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이수 라오(48)의 집을 덮쳤다. 그와 그의 아내 로라(39)가 8일(현지시간) 보금자리를 다시 찾을 때는 이미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6일부터 긴급대피령이 내려지면서 부부와 14살과 12살짜리 두 딸, 세 마리의 개, 고양이 한 마리는 정신없이 불길을 피해야 했다. 때문에 귀중품은 물론 변변한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탈출했다.

LA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벤투라에서 심장전문의로 일하는 이수 라오는 3년간 로라와 동거하다가 8개월 전 결혼식을 올렸다. 로라는 급히 대피하는 바람에 식기세척기 근처에 놓아둔 결혼반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불이 꺼지자 라오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고 불타버린 싱크대 인근에서 조그만 물체 하나를 발견했다. 결혼반지였다. 원래 다이아몬드가 조그맣게 박혀있었지만 불길 속에 사라져버리고 금속 링만 남았다.

남편 이수 라오가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결혼반지. 원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지만 불길 속에 사라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남편 이수 라오가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결혼반지. 원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지만 불길 속에 사라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그을음을 닦아낸 뒤 한쪽 무릎을 꿇고 아내의 손가락에 다시 끼워주며 “나랑 다시 결혼해줄 있겠소”라고 청혼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소방관 엘리에이슨은 “잿더미 위에서 이처럼 진실되고 특별한 장면을 본 적이 없다”며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사진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감동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올해 들어 6개월간 총 2626회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늘어난 수치다. 전소한 면적은 4.6에이커로, 전년 동기대비 절반 정도 늘어났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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