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번엔 먼저 총대 안 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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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매우 신중하다.

미국의 요청 내용과 유엔 상황, 정부 방침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국내 여론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조심스러운 태도다. 한나라당은 올 초 공병 및 의료지원단의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를 주도했다가 파병 반대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야당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민주당 내 신당파를 설득하지 못하면 우리도 도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盧대통령이 먼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홍사덕(洪思德)총무는 15일 "盧대통령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최병렬(崔秉烈)대표도 미국 방문 길에 오르던 지난 13일 "한.미 간에 정식 논의한 것도 아니고 정부안도 나오지 않았는데 야당이 가타부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면 여론을 수렴해 당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金映宣)대변인은 "盧대통령은 1차 파병 때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고 자찬했다가 며칠 뒤 '명분 없는 파병'이라고 말을 바꿔 큰 불신을 초래한 바 있다"며 "지난번처럼 말을 바꾸고 책임을 전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는 "파병 문제는 국가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며 "한.미동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鄭대표는 "당정 협의.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내 의견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도 "유엔의 결의에 의해 유엔 측에서 파병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고려할 문제"라며 "이라크 파병은 중요한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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