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더 크게 깨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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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총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핵심 수출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두 나라 모두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한국, 미중 무역 분쟁에 직격탄 맞나 #로이터 통신 "한국 대만 등 최대 피해자"

문제는 한 해 1조 달러에 이를 만큼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비중이 79%에 달한다. 미국 수출을 위해 중국에 소재나 부품 생산공장을 둔 우리 기업도 많다. 미중간 무역분쟁이 격화할수록 수출 위축은 물론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수출화물이 선적되는 모습.[중앙포토]

지난해 7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수출화물이 선적되는 모습.[중앙포토]

정부도 두 나라가 무역전쟁으로 치닫자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여는 등 긴급하게 움직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제1, 제2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 격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수출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장관은 "오늘부터 시행이 예고된 340억달러 규모의 수입에 대한 관세와 추가적인 160억달러 관세를 부과해도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두 나라의 충돌이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은 직접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산업부 제공) 2018.7.6/뉴스1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산업부 제공) 2018.7.6/뉴스1

하지만 미중간 무역충돌을 바라보는 업계는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의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가공한 뒤 미국 수출에 나선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보듯 뻔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직접 수출물량뿐 아니라 중국에서 수출용으로 생산하는 제품도 많아 미국의 수입 관세가 어떻게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나 소재·부품업계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경우가 많아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나 소재 등에 관세를 물릴 경우 우리의 '우회수출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본재 같은 간접 수출까지 고려하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감소폭은 282억6000만달러(3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 피해는 더 커진다. 한국무역협회는 미중간 무역충돌이 EU 등으로 확전될 경우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따라 우리 수출 역시 6.4%(367억달러·41조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는 미국과 중국의 GDP 성장률 둔화와 그에 따른 우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헝가리 등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와 대만, 싱가포르 등은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고, 헝가리는 자동차와 부품이 수출 1·2위 품목이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과 대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중 의존도 완화와 통상 갈등 유발형 산업에 대한 산업구조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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