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건은 총장이 사실상 주임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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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수사기획관의 브리핑에서 이 같은 기류는 감지됐다.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대해 모른다고 한 건)비자금의 '비'자는 비밀 비(秘)자니깐 그렇게 말할 수 있다(4월 9일)." "(현대차 계열사의 부채탕감 행태는)말도 안 되는 모럴 해저드다(4월 14일)" 등 줄곧 강경한 톤이었다.

결정적 계기는 20일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였다고 한다.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 등 수뇌부는 각계 인사를 상대로 현대차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자문하고 있었다. 현대차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하는 이른바 '경제 위기론'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검찰 수뇌부는 '정 회장 불구속-정의선 사장 구속'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정 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가 기대 이하였다. 대검 관계자는 "정 사장이 비자금 조성 등 구체적 사안을 모르는 것 같았고, 조사 내용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요건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초반부터 '정 회장 구속 불가피론'을 내세운 수사팀과 정 회장에 대한 선처를 시도한 수뇌부 사이의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수사팀과 총장 사이에 갈등은 없다"는 검찰의 해명이 수차례 반복됐다. 법무부도 외부에 검찰 내부 갈등처럼 비춰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대검에 전하기도 했다.

채 수사기획관은 27일 브리핑에서 "며칠간 혼선이 있었다. 중수부에서 수사하는 대형 사건의 사실상 주임검사는 총장이다. 따라서 수사팀 의견이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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