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도 좀 걱정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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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이 온통 올림픽집열기로 들떠있는 가운데 크고 작은 범죄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앞서 올림픽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의 도난사건도 없지 않았으나 그건 그렇다치고라도 경찰인력이 올림픽치안과 안전에 매달린 틈을 타 시중에는 강·절도범들이 제세상을 만난 듯 날뛰고 있는 모양이다.
민정당이 어제 열린 당직자희의에서 올림픽경계도 중요하지만 사회치안에 보다 신경을 써야한다고 정부에 촉구한것에서도 이를 짐작할수 있다.
올림픽이 개막되기 하루전날에 발생한 경기도화성 연쇄피살사건도 그렇다. 이사건은 14세 소녀가 방에서 잠자다 폭행끝에 살해당한 것으로 지난8일 같은 지역에서 발생했던 50대 주부피살에 이어 불과 9일만에 또다시 같은 유형의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이로써 2년도 못된 기간에 무려 8명의 여자가 성폭행 끝에 희생됐다. 한적하고 자그마한 시골에서 한두번도 아니고 여덟번이나 끔찍한 강간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살인사건이 거듭되면서 조용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던 이마을은 공포의 마을이 된지도 오래다.
밤이면 이웃간의 왕래도 삼가고 외출이 불가피할때는 여러명의 동반자가 따르고 버스정류장에서는 그룹을 지어 귀가길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두사건말고는 모두가 키크고 미모의 젊은 여성이 길거리에서 당한것이어서 밤길과 젊은여성만 조심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집안에서도 마음놓고 잘수없게 되었고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여자들이 전전긍긍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의 목숨이 언제, 어디서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강박감속에 살아야할 주민들을 생각하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전국민과 매스컴의 관심이 올림픽 행사에 쏠려있어 이사건이 파묻히고 말았지만 같은 유형의 사건이 그토록 반복되는데도 경찰이 그동안 무얼하고있었는지 한심할따름이다.
이사건의 성향을 보면 범인은 변태성욕자의 동일범인것 같다. 범행의 특징이나 수법이 하나같이 같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범행 장소를 보아서도 이를 넉넉히 알수 있다.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은점에서나 피해금품이 전혀 없고 범행 장소가 하천이나 목초지 야산이고 폭행 후 목을 졸랐다는 점등이 뒷받침 하고있다.
이처럼 정상인도 아닌 변태성욕자가 인구도 많지 않은 한정된 지역에서 범행을 거푸하는데도 이를 아직껏 못잡고 있다는 것은 경찰이 성의가 없거나 무능하다는것 밖에달리 해석할수 없다. 범인이 고도의 지능범이고 범행무대가 인구밀집지역이나 기동성을 발휘해 광역화되었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다.
사정이 그와 정반대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서하나 못잡고 범인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은 범인을 잡겠다는 의욕이나 성의도 없고 능력마저 갖추지 못하고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경찰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이 마음 놓고 생활할수 있겠는가.
경찰이 범인을 못잡으면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경찰의 무능과 무성의를 알게되면 수많은 잠재적 범인들이 범행에 뛰어드는 무서운 결과를 낳기까지 한다.
현지 경찰은 지난2월 잡으라는 범인은 못잡고 예의 주먹구구식수사로 엉End한 청소년을 잡아 고문자백을 받으려다 숨지게했다.
경찰작용은 국가적 큰 향사가 있다고해서 잠시도 느슨해지거나 멈출수 없다. 더구나 경찰의 수사는 설사 나라에 천재지변이나 정변이 발생하더라도 지속되어야하는 법이고 외부변화에 조금도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전국민이 올림픽에 열광하고있다고해서 경찰이 덩달아 춤춘다면 나라의 치안은 구멍투성이가 된다는걸 되새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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