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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화환 놓이고···추미애 딸 결혼식은 당·정·청 협의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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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성북동의 한 예식장.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고위 정·관계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날 이곳에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딸 서재현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결혼식을 올리는 딸 재현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하준호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결혼식을 올리는 딸 재현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하준호 기자

집권 여당 대표 딸의 결혼식은 여권의 실세들이 모이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영선·유승희·박범계·백혜련·김정우·김영진·임종성·박경미·고용진·이훈·서영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국회의원 11인의 얼굴도 보였다.

정부 측 인사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찾았다. 청와대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자리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딸 결혼식이 열린 예식장 입구에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하준호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딸 결혼식이 열린 예식장 입구에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하준호 기자

예식장 입구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이 놓였다. 당초 추 대표는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내면서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보낸 화환을 제외한 모든 화환은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정치권 원로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 인사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평화당에서는 권노갑 고문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과 연정 가능성은 내 임기 중 0%’라고 말한 것을 두고 심기가 불편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추 대표가 여당 대표라는 자신의 위치를 고려해 딸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지 않았다.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경북여고·한양대 동문 등 주변 인사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딸 결혼식이 30일 서울 성북동에서 열린 가운데 갑작스런 소나기에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예식이 취소됐다. 하준호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딸 결혼식이 30일 서울 성북동에서 열린 가운데 갑작스런 소나기에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예식이 취소됐다. 하준호 기자

이날 예식장 앞 도로는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로 정체를 빚었다. 예식장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 표지판을 세워 두고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야외에서 열릴 예정이던 결혼식 직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하객들이 황급히 실내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해프닝도 있었다. 굵은 빗방울로 야외에 설치된 축의금 접수대도 흠뻑 젖었다. 하객들 사이에선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바웃 타임’의 야외 결혼식 폭우 장면과 비슷하다”는 농담도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진 촬영을 앞둔 딸 재현씨의 옷 매무새를 만지러 다가가고 있다. 하준호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진 촬영을 앞둔 딸 재현씨의 옷 매무새를 만지러 다가가고 있다. 하준호 기자

추 대표는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딸 서씨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예식 후 야외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도 딸 서씨에게 손을 흔드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추다르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추 대표의 한 측근은 “추 대표가 젊었을 때부터 판사·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딸들이 어릴 적에 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을 늘 안고 있어 더 애틋해 한다”고 귀띔했다. 추 대표는 지난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딸 서씨와 통화를 하면서 눈물을 보인 적도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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