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음치불가] 김종국 … 타고난 미성에 가성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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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노래는 목으로 하는 게 아니다. 공기의 흐름을 분배하는 능력이 먼저다. 가수는 그런 능력을 토대로 목에 힘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두성.비성.흉성 등 다양한 테크닉과 감성을 이용해 노래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처음부터 이런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은 무리다. 자연히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목을 세게 조이게 된다. 악을 쓰기 시작하며 목에 힘이 들어가는 시점, 바로 이 부분이 육성의 한계다.

보통 남성이 가성을 사용하지 않고 고음을 올리고 또 올려 봐야 2옥타브를 간신히 넘는 게 고작이다. 물론 미성으로 태어난 사람은 거의 3옥타브까지 육성으로 소화하기도 한다. 김종국은 바로 이런 선천적 요건을 갖춘 미성의 소유자다. 소리가 굵고 중저음에 맞춰져 있는 남성의 음역이 그의 미성을 통해 아름답고 부드러운 고음역으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변성기가 지났음에도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것처럼 얇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다.

남녀의 음역대가 차이 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성대의 길이다. 변성기 전 성대의 길이는 0.8㎝ 정도지만 변성기를 거치면 남성은 평균 성대 길이가 1.8~2.4㎝에 달하고 여성은 1.3~1.7㎝까지 성장한다. 급격하게 성대가 발육하느라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기간이 바로 변성기다. 성대의 길이가 짧으면 고음역을 소화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성대가 짧은 여성이 남성보다 고음과 가성을 구사하는 데 유리한 편이다.

18세기경 성악하는 사람 중 일부는 변성기 이전에 거세를 하기도 했다. 성 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여성과 남성의 음역을 모두 유지하기 위해서다. 거세된 남성 소프라노인 카스트라토가 그것이다.

김종국의 경우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듯한 선천적 신체 조건으로 여성과 남성의 음역대를 공유하고 있다. 오히려 여성보다 높은 키(Key)를 많이 구사하는 편이다. 김종국의 목소리는 얇고 힘도 거의 실리지 않는다. 성량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고음 위주의 창법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음의 비중은 약하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는 부드러운 흐름을 타고 아름답게 진행된다. 타고난 미성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예술적인 가성까지 구사하며 어느덧 음악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이 됐다. 그 과정에서 김종국은 자기만의 독특한 음색을 잃지 않았다.

김종국이 새 앨범 '네 번째 편지'를 발매했다. 서정적 멜로디를 중심으로 스트링(현악기) 파트가 가세하며 슬프고 안타까운 느낌을 연출한다. 언제나 그렇듯 신작에서도 하이톤 중심의 미성으로 결이 곱고 여린 질감의 소리를 뽑아낸다.

아름다운 보이스가 장점이지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성이 소화할 수 있는 장르 영역은 제한되어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김종국표' 보이스가 넘친다. 가창력이 뛰어나다기보다 한국 가요 사상 가장 독특한 '개성적 음색의 소유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조성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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