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의 허」찔려 맥없이 역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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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말 분통터지는 한판승부였다. 어떻게 이런 대역전패를 당할 수 있을까.
첫날부터 체육관을 가득메운 배구팬들은 한국배구가 올림픽의 첫 승전보를 전해주리라던 설레는 기대를 가졌으나 무기력한 플레이로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이같은 여파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단에게도 영향을 미쳐 사기가 크게 위축되지나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역시 백중의 팀들이 서로 맞붙는 경기란 끝날때까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범한 교훈을 이번 경기는 전해주고 있다.
두세트를 먼저 이기고 3세트에서도 리드해나간 한국이 『다 이겼다』는 방심속에 한점 한점 점수를 내줘 대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백구사에 기록될 것이다.
한국은 최근 세계무대에서 급부상하는 스웨덴의 존재를 너무 과소 평가했다.
한국은 스웨덴의 장신(1m96cm)을 막아낼만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상대를 너무 몰랐다.
또 코트를 펄펄 날며 게임을 주도해가는 스웨덴의 「구스타프슨·뱅트」같은 스타플레이어가 한국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팀의 결정적인 약점은 또한 싸우려는 투지와 패기의 부족이었다. 이때문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실이 나오는등 국가대표팀 경기로는 어처구니없는 플레이가 펼쳐졌다.
공격 면에서 스웨덴은 동양형의 속공을 가미한 고공 강타가 특징이었다.
반면 단신인 한국이 갖추어야할 속공무기가 돋보이지 못했다.
세터와 공격수간의 동작이 크지 않으면서도 낮은 높이에서 속공으로 장신의 벽을 뚫어야 하는데 한국팀은 전혀 작전부재였다.
아뭏든 한순간의 범실이 2백50여일의 땀방울을 허사로 만들어 놓을 판이다.
어차피 상위입상을 기대하지 않았던 남자배구지만 그래도 스웨덴과의 첫판은 승전보를 주리라 믿었다.
한시라도 실의와 충격에서 벗어나 악착같은 정신재무장으로 팀의 전력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오관영<국제배구연맹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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