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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880건 재판 중 … 처벌 가능하지만 판결 미룰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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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당장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거나 처벌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입법 과정은 물론, 입법 이전까지 실제 형사고발이 이뤄질지,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지, 실제 유죄판결이 나올지도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입영 기피자에 대한 처벌조항(병역법 제88조)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대체복무 입법 이전까지 입영을 기피하는 사람에 대해 기소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헌재 결정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궁금증을 질문과 답변으로 풀어봤다.

헌재 결정 이후 Q&A #대체복무 입법 이전 입영 거부 땐 #헌재 “법 개정 뒤 사건처리도 방법” #처벌 여부는 사법부 판단에 달려 #전시 대체복무자 형평성 문제 #‘양심 빙자 병역거부자’ 논란 될 듯

헌법재판관별 판단

헌법재판관별 판단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면서 입영을 기피해 유죄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거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은 어떻게 되나.
A. 헌재가 입영 기피자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 역시 입영 기피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달라진 게 아니어서 기존대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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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입법 이전에 입영 통지를 받고 입영을 거부한 사람은 어떻게 되나.
A. 원칙적으론 현행대로 병무청에 의해 고발조치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입영 기피자 처벌조항을 합헌 결정하면서도 헌재는 이들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며 “심리 결과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되면 입영 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개선 입법이 될 때까지 재판절차를 정지했다가 개정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된다”고도 했다.

문제는 헌재의 ‘결정 이유’는 법원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이다. 헌재의 바람대로 법원이 처벌하지 않거나 재판절차를 정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다. 병무청과 검찰도 마찬가지다. 입법 이전에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고발할지, 재판에 넘길지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과 검찰이 대체복무 입법 이전까지 고발 및 기소를 현행대로 하겠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나.
A. 대법원은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소집을 거부했다가 기소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오는 8월 30일 공개변론을 하기로 했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입영 기피자 처벌조항이 합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14년 만의 전합 회부에서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한다면 최초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나올 수 있다. 하급심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대체복무자들은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임을 판단하는 기준은 뭔가.
A. 소수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은 전쟁과 관련한 업무에 대체복무자들을 종사시킬 경우, 전쟁 최일선에서 복무하는 국민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대체복무 입법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단 기준도 마찬가지다.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여된 위원회가 심사할 수 있겠지만 비종교적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역시 향후 입법 및 제도 운영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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