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며느리들에 '우리말 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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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배상복 기자가 외국에서 시집 온 주부들에게 한국의 언어 예절을 설명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시동생이 결혼하면 서방님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남편도 서방님이라고 해요."

25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 선거관리위원회 2층 회의실.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배상복 기자가 '한국의 언어예절'을 주제로 나눔봉사에 나섰다. 이날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한 사람은 베트남.우즈베키스탄.필리핀 등 8개국에서 횡성군으로 이사온 '외국댁' 등 60여 명이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강의에서 배 기자는 기본적인 전화예절과 상황별 인사말, 친척 간 호칭 등을 외국인 주부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배 기자의 강의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필리핀에서 온 아델파 빌라도레스 김(41)씨는 "나보다 나이 어린 올케에게 형님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배 기자는 "한국의 호칭은 남편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부인과 함께 온 김순배씨는 "집사람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교육이 됐다"고 말했다.

나눔봉사가 끝난 뒤 횡성군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안내와 함께 모의투표를 실시했다. 횡성군에는 외국인 주부와 장기 체류 외국인 등 64명이 5.31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집 온 반 스베타나(23)씨는 "아들을 낳고 선거까지 하게 되니 정말 한국인된 것 같다"며 "고향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횡성=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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