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구호+광고까지… '성(性)차별 논란' 주목받는 러시아 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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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인 소셜미디어상 광고로 논란을 낳았던 버거킹 러시아. [사진 트위터]

성차별적인 소셜미디어상 광고로 논란을 낳았던 버거킹 러시아. [사진 트위터]

월드컵, 유럽선수권대회 등 국제 축구대회마다 논란을 낳았던 건 인종 차별 문제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경기 전 "인종 차별 반대(Say No To Racism)"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선보여졌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4년부터 같은 구호의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인종 차별에 대응하는 3단계 매뉴얼을 만들어 최대 몰수패까지 선언하도록 하는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성(性) 차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란이 대회 초반 여성들의 자국 내 축구장 출입 금지 정책 논란으로 여성들의 경기장 내 피켓 시위가 주목받았고, 일부 팀들은 성차별, 동성애 등의 내용이 담긴 응원 때문에 FIFA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또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광고로 논란을 낳은 기업도 있었다.

지난 18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독일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는 멕시코 응원단. [AP=연합뉴스]

지난 18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독일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는 멕시코 응원단. [AP=연합뉴스]

2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C조 조별리그 2차전 덴마크-호주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는 덴마크 응원단. [AP=연합뉴스]

2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C조 조별리그 2차전 덴마크-호주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는 덴마크 응원단. [AP=연합뉴스]

FIFA는 25일 덴마크축구협회에 지난 21일 호주와의 대회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덴마크 팬 일부가 국기에 성차별적인 응원 문구를 적어낸 사유 등을 들어 벌금 2만여달러(약 2200만원)를 부과하고 경고 조치했다. 앞서 17일엔 멕시코-독일 경기에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향해 동성애 혐오 등의 욕설이 섞인 구호를 외친 멕시코 팬들의 관리 책임을 물어서 멕시코축구협회에 1만 달러(약 1100만원)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멕시코 관중들은 동성애 혐오 구호로 분류되는 스페인어 '푸토(puto)'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엔 패스트푸드 기업 버거킹의 러시아 지사가 성차별적인 광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버거킹 러시아 지사는 소셜미디어상에 "월드컵 참가 선수들과 성관계를 맺어 임신하는 여성에게 300만 루블(약 5200만원)과 무료와퍼 평생권을 제공하겠다"고 올렸다. 당시 버거킹 러시아는 "최고의 축구 유전자를 얻어냄으로써 다음 세대 러시아 대표팀의 승리에 기여했기 때문"이란 황당한 이유를 들었다. 영국 BBC는 "버거킹의 월드컵 마케팅에 여성계과 경악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고, 논란이 확산되자 버거킹 러시아는 공식 사과하고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앞서 월드컵 개막 전이던 지난달엔 아르헨티나축구협회가 취재진에게 '러시아 여성을 유혹하는 법'을 담은 월드컵 매뉴얼을 배포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내용엔 ‘러시아 여성은 물건처럼 취급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러시아 여성은 지루한 남성을 싫어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응원 행사에 나선 이란 여성들. [EPA=연합뉴스]

2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응원 행사에 나선 이란 여성들. [EPA=연합뉴스]

그나마 성차별 벽을 깬 일도 있었다. 지난 21일 이란과 스페인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37년 만에 여성에게 개방했다. 여성 보호, 이슬람 율법 등을 이유로 여성의 출입을 막았던 이란 당국은 국내외적인 개방 여론 확산에 전격 여성 팬들에게 문을 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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