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이 치부 수단일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직자의 청렴은 신뢰받는 정치와 건강한 사회의 기본덕목이다. 공직자가 깨끗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도덕성이 확보될 수 없다.
고위공직자는 사회의 거울이자 교사다. 물질만능과 배금과 포식에 병든 사회를 건전한 사회로 치유하는데 공직자의 자세와 몸가짐은 절대적이다.
정부가 3급 이상 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한다는 방침아래 1차로 장관급이상의 재산을 공개키로 한 것이나 올림픽 후 고위공직자에 대한 정화작업을 펴기로한 것도 그런 배경을 두고 있다.
물론 공직자의 재산등록은 공정한 공무집행을 담보하고 부정과 부패를 방지하자는 데 큰 뜻이 있다. 깨끗한 공직사회를 조성해 봉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재산공개와 일벌백계의 숙정작업의 범행은 단순한 정화이상의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5공 초기의 마구잡이식 숙정과도 다르다.
그 당시의 숙정작업이 정통성의결여를 숙정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공직자를 제물로 삼아 정권기반구축에 이용했으나 이번은 그 성격이 판이하다.
사실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5공만큼 부패하고 타락한 정부도 드물었다. 이는 새마을비리 등 권력형 부조리의 만연이나 새 정부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 구속된 고위공직자들의 파렴치한 범죄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치안본부장이 그러했고, 서울시장과 얼마 전 구속된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가 다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화작업과 재산의 공개는 5공의 부정과의 단절과 청산을 의미하고 민주화 추진을 앞두고 정부의 자세를 가다듬고 태세를 공고히 하는 준비작업으로 이해하고 싶다.
국민이 위임한 직책과 권한을 국민봉사와 공익에 쓰지 않고 개인 치부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범죄만큼 나쁜 범죄는 없을 것이다.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반사회·반국가적 사회악이고, 민주화의 공적이다. 사회를 더럽게 오염시키고 타락하게 만들고 정부의 위신과 권위를 추락시키고 비난과 원성을 높여 반발과 혼란을 야기시킨다.
오늘날 우리사회에 뱅배하는 반정부·반체제의 물결도 따지고 보면 고위공직자둘의 비도덕성과 비리와 부정이 한몫 했다.
공직자는 공직에 있음으로해서 향유하는 보이지 않는 특권이나 명예나 권한이면 만족할 일이지 그것도 모자라 부마저 차지하겠다는 건 싹쑬이 심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공직자가 성직자이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요구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윤리적 규범은 지켜야하고 청빈과 가난의 각오와 부에 대한 포기는공직을 선택키로 결정했을 때 스스로 다짐한게 아닌가.
정부는 이번 조치가 요란하게 한바탕 떠들다 마는 일과성에서 탈피, 모든 공직자들의 진정한 이도확립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결연한 의지와 태도를 보여야한다.
재산공개와 아울러 부정이 낄 소지를 제거하는 행정제도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재량권의 축소와 권한의 과감한 분산등으로 부정과 이권개입의 여지를 배제하는 방안도 그 중의 하나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조사와 사후점검을 아무리 정밀히 해도 숨기려들면 구멍이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재산공개는 청렴과 결백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이 같은 도덕적 결단의 표현은 위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하고 권력형부조리와 공조분위기의 근절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