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찰은 뭐 하는 겁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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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 나라 사람을 얕잡아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그마한 애들까지 겁 없이 날뛰죠. 도대체 우리 경찰은 뭐 하는 겁니까.』
3일 오전 11시 서울 한강로3가 중앙대부속 용산병원 산부인과 1424호실.
임신 4개월의 주부 조 모씨(31)는 미국인고교생 2명으로부터 집단구타와 희롱까지 당한 악몽 같은 봉변을『다시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며 시퍼렇게 부어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분을 못 참아 흐느꼈다.
조씨는 3일 새벽 1시쯤 평소와 달리 일터에서 늦게 돌아오는 남편을 마중하러 용산역 부근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허우대는 어른 꼴이 다된 미국인 소년 둘이 자전거를 타고 조씨 앞을 지나가며 느닷없이 얼굴을 때렸다. 화가 난 조씨가『왜 사람을 때리느냐』고 소리치자 자전거가 멈췄고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구잡이로 주먹과 발을 휘둘러 조씨를 길바닥에 쓰러뜨렸다.
주민들의 신고로 한국경찰에 연행된 이들은 17∼18세의 주한미군 자녀들이었고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곧바로 미군헌병대로 넘겨졌다.
『아내를 저 지경으로 만든 자들을 왜 우리경찰이 우리 법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겁니까』 『미국사람이라고 특별 대우해야할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병상 옆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듯 초췌한 얼굴의 남편 임삼빈씨(31)는「귀때기에 피도 안 마른」외국소년들에 당한 어이없는 봉변에 분통을 터뜨렸다.
미장일을 하면서 1백만 원 짜리 삭월세 단칸방에서 70세 노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지만 늦장가 3년만에 첫아이를 얻게될 기쁨에 넘쳤던 임씨.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법이 왜 계속「예외」를 허용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야만 할까.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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