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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검찰총장 면전에서 경찰 손 들어줘…"검찰은 사후 통제에 집중"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사후적ㆍ보충적으로 경찰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 관계 부처와 오찬을 함께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오른쪽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 관계 부처와 오찬을 함께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오른쪽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청와대 제공]

이날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검·경의 수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안이 나오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다들 미흡하게 여기고 불만이 나올 텐데 구성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잘 설득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수사권 조정 결정을 앞두고 관련자를 격려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검찰을 향한 최종 통보로 해석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조정안이 이르면 다음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경의 관계를 ‘상호 대등한 협력 관계’로 변경하는 내용이어서 정부가 사실상 경찰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그동안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제외됐다”고 불만을 표시해 온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오찬 일정이 잡히자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문 대통령과의 별도 접견을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문 총장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우려를 매우 솔직하게 피력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경청했다”고 전했다. 문 총장의 구체적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 내부의 불만을 작심하고 피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접견에서 그가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배수진(背水陣)을 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항의성 접견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수사 자율성과 검찰의 사후 통제’를 내용으로 하는 수사권 조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후 오찬에서는 그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환하게 웃으며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는 1월 14일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환하게 웃으며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는 1월 14일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검ㆍ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이 똑같은 내용으로 검ㆍ경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조사는 어쩔 수 없지만, 경찰에서 조사받은 것을 다시 확인하려고 검찰에서 조사받는 것은 국민 인권 침해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공약은 물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검ㆍ경수사권 조정 공약도 사실 내가 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내가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경력도 있어 검찰ㆍ경찰ㆍ국정원 등 관련 기관에 적대적일 거라 지레짐작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도 했다. 그는 “국정원은 해외정보 수집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북ㆍ미정상회담 성사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예시한 뒤 “조직이 바뀌다 보면 당장은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이렇게 보면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1월 14일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등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청와대 대브리핑실에서 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김형연 법무·김종호 공직기강·박형철 반부패·백원우 민정비서관, 조 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1월 14일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등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오른쪽)이 청와대 대브리핑실에서 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김형연 법무·김종호 공직기강·박형철 반부패·백원우 민정비서관, 조 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는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을 함께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자치경찰제는 법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언제 실시하느냐 하는 문제는 국회의 선택을 존중하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기존 국가 경찰의 수사권과 관할을 자치단체와 나누어 경찰 조직의 중앙집권화를 막고 치안서비스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문무일 총장에게는 “피의자와 피고인, 피해자 등 검찰 수사와 관련된 사람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대검에 ‘인권옹호부’(가칭)를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 내 인권보호관 제도 등 산재한 기능을 통일적으로 관리하는 부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권 조정 최종안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발표가)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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