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北, 중국 영향 줄이고자 미국과 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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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극비 회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연합뉴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극비 회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연합뉴스]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6월 12일)을 계기로 자국과 북한의 동맹 관계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복수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냉전 시절의 동맹국(Cold War-era ally)’인 북한을 자국의 영향권 안에 둘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중국 지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오랜 적대국인 미국을 포용한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 무기를 제거하는 대가로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도록 도움을 받는 식의 거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중 관계 역사가인 쉔지화는 NYT와 인터뷰에서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북한은 중국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 할 뿐더러, 일종의 보복 심리까지 느껴왔다”며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결과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한국·북한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반면, 중국은 (이 모임에서) 떨어져나가는 것(knocked out)”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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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분석가들 역시 “중국은 미국이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지렛대 삼아 ‘한반도 통일’을 추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주도 아래의 한반도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더 이상 중국의 완충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충성심을 져버리는” 시나리오 역시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1972년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과 리차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회동을 예시로 들었다. NYT는 “이 회동을 계기로 마오쩌둥 주석은 기존 (공산주의권) 동맹국인 소련과 거리를 뒀다. 반면 미국과는 긴밀한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과거 중국이 ‘마오쩌둥-닉슨 회동’을 계기로 소련과 거리를 두게 된 것처럼 북한 역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사이가 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쑨 중국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충격적일 정도로 과거 마오쩌둥-닉슨 회동과 흡사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당시 중국은 (동맹국인 소련과) 거리를 둔 전력이 있다. 북한이라고 못 할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NYT는 “중국이 가장 선호할 북·미 회담 이후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한국전쟁의 종전을 알리는 평화 조약을 맺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주둔한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김정은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길 바랄 것"이라고 밝혔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김정은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길 바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신도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ANU) 전략학 교수는 “궁극적으로 김정은은 핵 무기를 보유하고 싶은 만큼이나 중국과 미국 양국의 영향권에서 독립되길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에서 ‘미국이 중국 국경 위에서 중국과 전쟁을 벌여 승리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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