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이번엔 조선조 의녀의 성공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다모'에 이어 궁궐의 수라간 나인과 의녀를 거쳐 임금의 주치의 자리에 오른 역사속 전문직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또 한편의 사극이 안방을 찾아간다.

15일 시작하는 MBC 특별기획 '대장금(월.화 밤 9시55분 방송)'은 중종실록 등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장금이 여성으로선 전무후무하게 임금의 시침과 탕액을 책임지는 주치의가 되기까지의 성공담을 다룬다.

'허준(1999~2000년)''상도(2002년)'에 이어 '대장금'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 PD는 "지엄한 왕과 왕비가 내 드라마에선 한낱 단역으로 전락한다"면서 "왕을 둘러싼 후궁.간신들의 권력 다툼을 그리는 데서 벗어나 평범한 중인 계급의 삶에 초점을 맞춘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장금은 이 PD가 99년 '허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논문에서 발견한 인물. 중종이 '내 병에 대해선 장금만큼 아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지난 4년간 각종 자료를 뒤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장금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50부작 분량으로 재구성해냈다.

이 PD는 "의녀제도에 대한 기록이 미미한 만큼 앞으로 펼쳐질 극중 내용의 90%는 허구"라면서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날조하거나 왜곡한 게 아니라 기록을 토대로 그럼직한 상황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예컨대 중종이 장금을 여자로서 사랑한다는 극중 설정은 그렇지않고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났다한들 일개 의녀를 주치의로 발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연출자의 상상의 결과다.

그러나 이처럼 작품의 큰 얼개를 상상에 의존한 대신 '허준'과 마찬가지로 세부 묘사는 철저하게 옛 문헌과 전문가들의 고증에 따라 재현했다는 게 이 PD의 설명이다.

1부에 등장한 진연(궁중의 큰 잔치) 장면만 해도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 등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이수자들이 총동원돼다시피 해 2천만원어치의 음식을 차려냈다.

"장금이 수라간 나인으로 일하는 18부까지는 음식을, 의녀로 변신한 이후엔 건강을 소재로 우리 전통 문화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점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