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황제 접견' 해주고, 브로커에 명의 대여해준 변호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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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대표인 A 변호사는 1~2년 차 변호사 두 명을 시켜 특정 수용자를 한 달에 평균 37번이나 접견하게 했다. 두 변호사는 소송 준비 등을 구실로 수용자를 접견했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안부만 묻고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주고 이들을 고용한 일부 수용자들은 하루 2시간 가량을 수감시설보다 쾌적한 곳에 머물 수 있었다.

두 변호사가 6개월간 이런 식으로 수용자들을 접견한 횟수는 총 3838회에 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A변호사 등이 변호사 접견권을 남용해 변호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보고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이는 법무부에서 확정됐다. 두 명의 신참 변호사들은 대표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경고 조치됐다.

돈 받고 특혜 접견해준 '집사 변호사' 10명 징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수감 중인 의뢰인의 말동무를 해주거나 잔심부름을 위해 구치소를 드나드는 이른바 ‘집사 변호사’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위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는 최근 회의를 열고 변협 징계 결과에 이의를 신청한 14건을 심의한 결과, 13건을 징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14건 중 정직 1명ㆍ과태료 4명ㆍ견책 1명 등 6건은 이의신청 자체가 기각됐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8명 가운데 1명은 과태료, 1명은 견책, 5명은 불문경고로 감경됐다. 경유증표 부착 의무(공공기관에 변호사 선임서 등을 제출하기에 앞서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거치도록 함)를 지키지 않은 변호사 1명은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심의안건 14건 중에서 ‘집사 변호사’로 구치소 수용자 접견권을 남용한 사례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집사 변호사들은 경제력이 풍부한 재벌 총수나 정치인 수감자들을 재판 준비를 핑계로 매일같이 접견, ‘황제 수감’ 도우미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름값’에 수천만원…거액 수임료 받고 불성실 변론하기도

법무부는 각종 비위로 징계받은 변호사들 중 이의신청을 한 14명의 사건을 심의해 13명을 징계 확정했다.

법무부는 각종 비위로 징계받은 변호사들 중 이의신청을 한 14명의 사건을 심의해 13명을 징계 확정했다.

이 밖에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만 받아 챙기고 소장이 제대로 제출되지 않아 각하되도록 한 사례, ‘최고’ 최상‘ 등 표현을 내세워 과장 광고한 사례 등이 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일부 변호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법무부는 엄정 징계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2월~올해 6월까지 4차례 회의에서 변호사 52명의 징계 이의신청 중 31건을 기각했다.

법조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사건을 대신 처리하게 한 뒤 대여료 5700만원을 받아 챙긴 변호사는 정직 2개월, 형사사건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받은 뒤 8개월간 변론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변호사는 정직 1개월이 확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호사는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법률 전문직이므로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엄격한 윤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호사법 및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변호사 등을 엄단함으로써 법조비리를 근절하고 국민 신뢰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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