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불만 품은 계획적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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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앙 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 테러사건은 발생 19일만에 기사에 불만을 품은 현역 군인의 조직범행으로 모습을 드러내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군 수사 기관에 의해 사건전모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안 현장 목격차량과 함께 의심을 받아 온 군부대가 뒤늦게 수사에 나선 점과 함께 이번 사건은 일파만파의 파문이 예상된다.
군 당국은 지난 6일 사건발생 직후 경찰의 용의차량에 대한 차적조회 협조요청을 받고 n일 『문제의 차량이 4일 이후 운행한 사실이 없다』고 회보한 뒤 22일까지도 군 관련설을 강력히 부인해 온 터여서 현역 군인들의 범죄행위와 군 당국의 사후처리는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범행=업일 군 수사기관에 연행된 박철수 소령과 부하 하사 2명, 사범 1명 등 모두 4명은 함께 범행을 모의, 사전 답사 후 부대 차량을 동원, 범행했으나 상부의 지시나 사주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사=수사관계 기관에 따르면 박 소령 등은 오홍근 부장이 복간된「월간중앙」4월 호부터 연재해 온「오홍근이 본 사회」칼럼이 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두드러져 불만을 품어오다 특히 8월 호「청산돼야할 군사 문화」란 칼럼에서「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군사문화의 병폐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한데 흥분, 부대원들끼리『한번 혼을 내주자』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러 차례 오 부장의 청담동 삼익 아파트 자택에 전화 걸어 위치를 확인한 뒤 사건전날인 5일 밤 부대 차량인 서울 1라3406호 포니Ⅱ 승용차를 타고 사전「지형 정찰」을 했다.
박소령 등은 다음날인 6일 아침 7시쯤 오 부장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 기다리다 7시20분쯤 출근하는 오 부장에 접근,『대공서 왔다. 함께 가자』고 납치를 시도했다가 오 부장이 불응, 고함을 쳐 경비원에 도움을 청하자 1명이 오 부장의 입술 부위를 주먹으로 치고 다른 1명은 준비해간 칼로 오 부장의 어깨를 가볍게 찌른 뒤 왼쪽 허벅지를 20cm쯤 찔러 중상을 입힌 뒤 또 다른 포니 엑셀 승용차로 달아났다.
박 소령 등은 범행 후 부대 근무를 계속해오다 24일 군 수사 기관에 연행됐으며 추궁을 받자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수사=경찰은 그 동안 아파트 경비원 이명식 씨의 목격 진술에 따라 용의 차량이 군5616부대 소속인 것을 밝혀내고 군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군부대 측으로부터『운행사실이 없다』는 통보를 받아 수사가 벽에 부닥쳤었다.
경찰은 목격 차량의 행적수사와 목격자 대질을 17일군에 재 요청했으며 군은 이를 거절했다가 방침을 번복, 24일 오전 군부대 소유 차량과 아파트 경비원 3명의 차량 목격자 대질조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질 조사에서 차량이 경비원 이 씨 등이 목격 당시와 색깔·모양이 다르게 되어있어 관련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수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박 소령 등이 차량의 색깔을 다시 칠했거나 번호 판을 바꾸는 등 은폐 시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시민 반응=이 같은 군부대 범죄로 진상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한결같이『현역 소령이 단독으로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군의 명예와 신뢰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철저히 진상을 가려 법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오 부장은『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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