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보는 정통「오이디푸스 왕」|희 연극인들이 국립 극장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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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간의 슬픔은 어디까지일까.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끝을 모르는 슬픔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가는「오이디푸스」왕의 비극은 2천4백 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소포클레스」작품 가운데 기교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정통 비극『오이디푸스 왕』이 서울 국제 연극제에 참가하는 그리스 국립극단에 의해 27∼28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공연돼 그리스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에 시달리고 있는 테베 사람들은 자신들의 왕「오이디푸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왕은 왕비「조카스타」의 오빠「크레온」에게 신탁을 받아 오도록 보낸다. 신탁의 내용은「오이디푸스」의 전임자인「라이우스」의 살해자를 영토 밖으로 내쫓아야만 도시가 평온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살해자를 찾아내려는 온갖 노력 끝에 살해자는「오이디푸스」자신이라는 사실과 죽은「라이우스」는 그의 아버지며, 아내「조카스타」는 그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오이디푸스」는 이에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나고, 도시는 저주에서 풀려난다.
랍다시드 가의 비극적 운명에 관한 테베의 전설을 바탕으로 씌어진 이 작품은 언제 초연 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기원 전 425년 이전에 초연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소포클레스」가 희곡을 쓴 시기는 기원전 429년께로 추정되는데 이 같은 사실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시인이 테베의 역병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BC 430년 아테네를 강타했던 전염병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으로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연출가「미카일리디스」에 의해 창조되는 이번 무대의 특징은 음악의 도입. 출연진의 코러스를 통해 영혼과 육체 모두가 생명을 얻도록 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미카일리디스」는『「오이디푸스」왕에 대한 연극적 접근은 주인공의 비극과 비극 그 자체에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오이디푸스」역에는「니키타스·차키로그로」,「제우스」사제 역에는「토도로스·시리오티스」,「조카스타」역에는「안티고니·발라코」,「크레온」역에는「타키스·불라리스」등이 출연한다.
그리스 국립극단 48명은 암일 오후 8시20분 타이 항공 628편으로 서울에 왔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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