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판매…수입품 대부분인 명품관서 국내 브랜드로 매출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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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은 명품을 주로 파는 곳이다. 때문에 값비싼 수입 브랜드가 즐비하다. 그런데 외국 상품들 틈바구니 속에서 국산 제품을 1등으로 올려놓은 판매 매니저가 있다. 3층 비비안 스타킹 매장의 이수영(27.사진)씨다.

비비안은 포갈.셀린느.막스마라 등 수입 스타킹 브랜드가 즐비한 곳에 유일하게 토종 브랜드로 입점해 있다. 이씨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때는 2004년 5월. 이전 1년간 비비안 매출은 4억1500만원으로 수입 브랜드보다 5000만원 가량 적었다.

그러나 이씨가 매장을 맡은 뒤 상황이 역전됐다. 한달 매출이 4000여만원으로 수입 브랜드를 앞지른 것이다. 이씨의 성공 비결은 우선 3000원, 5000원짜리 저가 제품을 철수시키고 고가 전략으로 선회한 데 있다. 명품 백화점이라 저가품 손님은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게 적중한 것이다. 더 큰 비결은 단골 손님 만들기였다. 하루는 아주 까다로운 30대 여성이 방문했는데 60여 종을 보고도 제품을 선택하지 못했다. 이씨는 싫은 기색 없이 그의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가 며칠 뒤 적절한 제품을 찾아 전화했더니 친구와 동생까지 데리고 나왔고, 단골이 됐다.

"갤러리아를 찾는 손님들은 지역 특성상 항상 오는 사람만 옵니다. 제 매장을 찾는 고객의 전화번호를 알아두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신상품이 나오거나 품절된 상품이 다시 들어올 때마다 전화를 드리는 거죠."

이씨의 단골 고객은 전화만 하면 바로 매장에 나온다. 주로 20~30대 직장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이 분들은 제가 물건을 골라주면 아무 소리 안하고 그 자리에서 사간다"며 "그만큼 저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비안 영업부 윤의식 차장은 "비슷한 매장 환경에서 영업을 하더라도 고객과 접점에 서있는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매출액은 크게 달라진다"며 "이씨의 경우 고객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남다르고 매장 입지와 고객 성향에 따른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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