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대학로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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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세계인의 축제에 맞춰 장외의 시민들도 모두가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참여하고 나섰다.
장외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시민들의 올림픽」. 민족자존의 한마당으로 성숙해진 우리의 참모습을 지구마을 곳곳에 알리는 메아리가 될 행사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본격적으로 막 오른 문화올림픽.
그 가운데서 프로 아닌 아마추어 시민들이 유일하게 참여, 함께 만들어낸 서울대학로 「거리의 축제」는 바로 화합의 장, 올림픽의 또 다른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차 없는 거리에서 어우러지는 순수 아마추어들의 공연에는 남녀노소·내 외국인이 격의 없이 이웃이 된다.
국제연극제· 무용제· 합창제· 오페라공연 등 화려한 행사와 함께 펼쳐지는 이 거리의 「한마당」은 시민들에 의한 올림픽 붐 조성이라는 점에서 단단히 한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행사와 함께 「우리의 것」을 부담 없이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모임을 통해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1일 오후 한바탕 펼쳐진 사물놀이를 구경하던 김재환씨 (49·회사원·서울 돈암동) 는 「시민들이 만드는 우리의 올림픽」을 강조한다.
말로만 듣던 대학로에 이날 처음 나와봤다는 김씨는 그러나『전체적으로 약간 무질서하고 소란한 점은 시정해야 되겠다』고 지적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물놀이 패 두 팀이 흥겨운 우리가락을 연출해 내고 있는 다른 한쪽 편에서는 「헤비메탈」그룹의 록페스티벌이 벌어져 열띤 분위기다.
정다운 가락에 어깨춤을 추는 사람, 사물놀이 패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쁜 외국인들, 열광하는 청소년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커다란 화음을 만들어 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벌어지는 이 축제에 감동한 탓인지 20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선 사모아의 민속 공연단 「아일랜드 브리스」팀이 즉흥적으로 출현, 공연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처음 대학로가 생겼을 때는 참 가관이었어요. 길가에 수북한 쓰레기·막걸리 통, 술 주정하는 젊은이들….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질서를 잡아가면서 외국인들의 발길도 잦아 졌어요. 이번 올림픽 땐 외국손님들에게 자랑할만한 명소가 될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 식품점읕 경영하는 박명석씨(33)는 몰라보게 달라져 가고 있는 대학로분위기에 흐뭇한 표정이다.
각종 공연이 끝난 오후9시쯤 거리에 흩어진 휴지조각들을 청소하던 청소원 배상철씨(43)는 『초창기엔 8t트럭으로 하루 3∼4대분 씩 나오던 쓰레기도 이젠 무척 줄었다』며『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를 말끔히 청소하고 돌아가는 것을 볼 때마다 역시 우리도 이젠 올림픽을 치러낼 국민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우리문화와 서양문화·젊음·낭만 등이 뒤섞이는 대학로는 모든 것을 한데 녹여 「시민문화」를 만들어내는 실험의 거리이기도 하다.
대학로를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올림픽시민의 활기에 가득 차 있다.「장외 올림픽」인 「시민올림픽」성화는 이미 대학로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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