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업 유럽 파고들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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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럽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억들은 요즘 「아웃사이더」 에서 「인사이더」 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 사회의 경쟁상대국이 아니라 그들의 일원이 되고 친근한 이웃이 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몸부림은 무슨 호의를 베풀자는 뜻이 아니라 그 동안 반덤핑 제소사태에 시달려오다 92년의 유럽공동체(EC) 시장 통합을 앞두고 변화하게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일본은 EC의 시장통합이 EC 역내 국간에는 무역장벽의 해소가 되겠지만 대외적으론 보다 높은 장벽으로 기능할 것으로 판단돼 유럽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탈바꿈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88년 현재 일본 기업이 유럽각국에 직접 또는 합작투자 형태로 세운 기업은 2백82개로 한국의 30배에 달한다.
92년을 의식한 가장 본질적이고 혁신적인 일본의 유럽 기업 변화는 일본에 있는 본사의 전략이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넘어 자체결정권을 강화한 자생기업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발전을 위한 연구기능을 확충하고 제품생산 또한 영리외주보다 유럽사회에서의 기여도를 감안한 합리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측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그들 스스로의 추정과는 거리가 먼 반덤핑의 시달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례로 87년 초까지 일본은 유럽에 2백20개의 희사를 거느리고 있었으나 이로 인해 창출된 고용원수는 7만5천명에 불과, IBM 한 회사보다 공헌도가 낮았다. 그들은 더군다나 대부분의 조립부품 등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면서 『유럽에서는 질 좋은 부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현지조달 비율을 높일 수 없다』고 둘러대 빈축을 사왔다.
이제 일본의 기업들은 프랑스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고 세금 내고 남는 것은 재투자하는 등 프랑스회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있다. 국제적인 사업에서 이러한 변신이 일본기업의 새로운 철학이 될지도 모른다.【파리=홍성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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