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 일터 꾸리기 힘드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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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신연령 5세가량인 김민수(30.가명.발달장애 3급)씨는 직업재활교육 후 세 차례 취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변기 덮개를 만드는 첫 직장에서 김씨는 일손이 느리고 작업량이 적다며 한 달 만에 해고됐다. 다른 회사에 취직해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씨의 부모는 아들을 위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정신지체장애인 부모들과 힘을 모아 하왕십리에 '요한작업장'이라는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정부는 18일 장애인 일자리를 2010년까지 10만 개 확충하는 등의 장애인 고용증진 대책을 발표했다. 전체 등록 장애인 177만여 명 가운데 일자리를 가진 경우가 49만여 명(2005년 보건복지부 추정치)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겐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다. 보다 못한 부모들이 직접 직업재활시설을 만들거나 회사를 차려보지만, 체계적인 계획이나 전문성 없이 시작한 탓에 좌절하기 일쑤다.

◆ "빈 파출소 좀 쓰면 안 되나요"=요한작업장은 요즘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작업장으로 사용해 온 파출소 건물을 곧 비워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장은 2004년부터 문 닫은 파출소 건물을 무료로 임대해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경찰서에서 이 건물을 팔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허모(25.발달장애 1급)씨의 어머니 남선자(50)씨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모여 일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이상의 효과가 있었는데 다시 혼자 집에 데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성동경찰서 측은 "사정은 딱하지만 매년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 1월 인천 남동공단에 문을 연 '무한유앤아이'는 24명의 정신지체.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모여 만든 곳이다. 병원 폐기물 처리용기를 생산.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생산설비를 들여놓지 못해 매달 1000만원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다. 무한유앤아이의 이강유 대표는 "임시방편으로 욕실용 슬리퍼 조립 등을 하고 있지만 임금 등을 지불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 예산 타령에 뒷짐 진 정부=정신지체 등 중증장애인들이 비교적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지난해 말 현재 전국적으로 244곳(수용인원 총 7700명)이다. 전체 장애인 인구의 0.4% 남짓이다. 복지부는 '에이블 2010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부터 2010년까지 약 131곳(수용인원 약 5000명)의 직업재활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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