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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88마운드 내가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아마야구 최고의 스타 박동희 (박동희· 20·고러대3) 가 발가락 골절상, 부친 입원 등 잇따른 불행의 격랑을 이겨내고 올림픽 시범경기의 우승을 위한 막바지 훈련에 신명을 바치고있다.
최동원 (최동원) 선동렬(선동렬) 보다도 빠른 최고시속 1백56km의 총알 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그는 서울올림픽을 앞둔 한국대표팀의 기둥.
1m85cm·88초의 믿음직한 체구에서 내리 꽂는 빠르고 무거운 직구를 주무기로 하면서 간간이 체인지업도 가미하는 그는 국제대회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86년 7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선수권대회에 18세의 어린 나이로「경험을 쌓기 위해」출전한 그는 당당히 3승을 따내며 최다 승리 투수상을 수상, 준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당시 25이닝을 던져 방어율 2·16에 탈삼진 27개를 기록하는 발군의 피칭내용으로 미국 프로야구관계자들의 스카웃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후 그의 기량은 일취월장, 각종 국제대회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한국팀의 철벽마운드를 구축해왔다.
그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열린 지난달 한·미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5전 전패의 수모를 당하자 그에 대한 기대는 한층 더 커졌다.
이처럼 한창 뻗어나가던 그에게 시련이 닥치기 시작한 것은 올 봄.
춘계 대학야구리그에서7경기에 출전, 6승을 올리는 무리한 연투로 소속팀인 고려대를 7년만에 정상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대신 어깨 근육통으로 남몰래 고생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백호기대회 기간 웨이트 트레이닝 도중 역기를 떨어뜨려 왼쪽 엄지발가락이 골절되는 액운이 겹쳤다.
그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7월6일 부친 박두일 (박두 일·53)씨가 증축 중이던 2층 건물에서 실족, 뇌진탕을 일으켜 혼수상대에 빠지고만 것이다.
동료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한·미 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동안 그는 발가락깁스를 한 채 부산 메리놀병원 중환자 실에서 의식조차 없는 부친을 간호하며 매일 밤을 지새야했다.
암담한 심정으로 상경, 지난 1일부터 뒤늦게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 (24일∼9월7일)와 올림픽에 대비한 합숙훈련에 합류한 박은 깁스를 물긴 했지만 아직도 통원 물리치료를 받아야하는 불편한 몸이며 혼수상태인 아버지 일로 인해 마음은 더욱 무겁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단체훈련을 모조리 받는 한편, 새로이 포크볼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김병우 (김병우) 대표팀감독은 『한국 선수들보다 팔 길이가 길고 배트도 2∼3인치가 긴 것을 사용하는 미국 등 서구선수들에게 어정쩡한 변화구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며 『동희야말로 가장 확실한 국제대회 용이므로 올림픽 때는 주요 경기에 모두 투입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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