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는 유엔 제재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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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ㆍ미ㆍ일 3국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손을 잡고 있다. [사진 국방부]

3일 한ㆍ미ㆍ일 3국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손을 잡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국방장관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모든 대북 제재를 계속 이행해야 한다”며 “북한이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조치를 보여줬을 때만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매티스 장관이 언급한 비핵화는 미국 정부의 방침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는 모두 10건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대북 제재망을 촘촘하게 짜놨다. CVID 이전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를 해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때마다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신규 대북제재를 부과하지 않겠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기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또 “미국은 지난 4월 남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면서도 “(비핵화) 협상이 잘 진행된다 하더라도 험한 길(bumpy road)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미국ㆍ싱가포르ㆍ판문점 등 3곳에서 동시에 북ㆍ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간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이 중요한 시기에 외교관이 안정된 상황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우리(한ㆍ미ㆍ일 국방장관)는 강하고 협력적인 방어 태세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한ㆍ미는 당분간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로 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한ㆍ미의 미묘한 온도차=송영무 국방장관과 매티스 장관은 2일(현지시간) 양자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우호적 여건조성을 국방 차원에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한ㆍ미 사이엔 0.1㎜의 오차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이 3일 제시한 ‘원칙론’은 전날 송 장관이 “북한이 미래에도 계속 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평화를 창출하겠냐”고 한 발언과 시각차를 노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날 송 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북한의 속임수는 과거의 일이고 지도자가 바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해선 안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싱가포르=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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