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대화채널」 필요성 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이 남북국회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을 19일 판문점의 통일각(북측 건물)에서 열자고 17일 회답해 옴으로써 85년12월5일 제10차 남북적십자 본 회담 이후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2년 8개월만에 재개되게 됐다.
그 동안 몇 차례의 서신 왕래는 있었지만 지난달 20일 북 측이 국회회담을 제의한 후 한 달도 안돼 양측간에 대좌가 이루어진 것은 양측 모두 국회회담에 대해선 기본적인 「수요」가 있는 데다 회담을 깼다는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측 입장에서는 올림픽개막이 다가옴에 따라 무언가 대처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추구라는 선전공세를 계속 취하기 위해서라도 국회회담이 시도해 볼 만한 사업이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이는 그 동안 양형섭 북한최고인민회의의장이 보낸 대남 서한에서 회담의제를 올림픽문제와 남북불가침선언에 국한하려는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 남쪽과 대화를 통해 올림픽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고, 한반도평화를 위해 불가침선언을 하려 애를 썼다는 증거를 축적하겠다는 측면에서 볼 때도 여소야대 하의 남측 국회와 회담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필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측 입장에서도 남북대화가 단절되어있는 상황에서 어떤 형식이든 북측과 대화의 채널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고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이 같은 채널유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입장이다.
이 같은 양측의 수요에 따라 대좌에까지는 쉽게 이른 점으로 미루어『국회회담이 일단 본 회담까지는 가지 않겠느냐』는 게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물론 북측이 이번 양의 전화통지문에서도 회담형식은 국회연석회의, 의제는 불가침문제와 올림픽문제로 한정한 것으로 봐 본 회담 자체의 성사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제시할 의제가 올림픽· 불가침선언·남북교류·기존남북각종회담 재개·남북정상회담개최 등 5가지여서 경우에 따라서는 의제절충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또 회담형식도 우리측은 쌍방 25명 미만의 대표회담으로 하자는 데 반해 북측은 남북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하자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있다.
그러나 절충을 벌이다 보면 타협점을 찾을 소지는 항상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 두 차례의 본 회담까지는 가기 않겠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의제에 있어 우리는 북측이 주장하는 의제를 다 망라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북측의 연석회의에 대한 입장이 아직 확고한 것 같지는 않다는 점등을 들어 본 회담까지는 갈 것이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85년 7월의 접촉상황만 봐도 첫 접촉에서 북측은 대표단 회담(11명)의 형식에 합의해왔다』고 상기시키고 『북측도 자신들이 연석회의를 고집함으로써 회담이 깨졌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측은 이번 예비회담에서 올림픽문제를 결말짓기 위해 북측을 추궁할 것으로 보이며 오는 9월2일로 돼있는 최종 마감 일까지는 북측의 진의를 반드시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쌍방이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회담의 재개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회담이 재개됐을 경우 이를 먼저 깼다는 비난은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첫 본 회담까지는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19일 열릴 첫 예비접촉에서 북측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가 앞으로의 회담성사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