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막아선 3대 난제… 해법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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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마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향후 국정의 순항 여부가 달린 세가지 난제의 해결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라크 파병, 세계무역기구(WTO) 농민 자살, 부안군수 폭행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이들 문제는 盧대통령의 정체성과 현실에서의 정치적 이익이 상충된다는 점에서 어떤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 이라크 추가 파병…정치권 벌써 찬반 격론

이라크 파병은 대미 관계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盧대통령의 지지계층인 진보 진영은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청와대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은 "盧대통령은 '상당한 시간 동안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어느 것이 국익에 적합한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文실장은 "유엔의 입장과 평화유지군적 성격을 분명히 할 것인지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안의 성격을 감안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는 "유엔의 일원인 평화유지군으로 참여한다면 고려해 볼 것"이라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는 "盧대통령의 입장이 나오면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당론을 정할 것"이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런 가운데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신당파 5명은 "장기적인 국익에 도움이 안되고 신당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중연대는 "미국의 석유 장악과 군사패권 강화를 위한 침략전쟁에 전투병을 파견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굴종"이라며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성명을 냈다. 반면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측은 "이라크 파병은 국익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찬성 입장을 밝혔다.

◆ WTO 농민 자살…쌀개방 논란 불붙을 듯

멕시코 칸쿤에서 벌어진 우리 농민의 자살 사건으로 격화된 쌀 시장 개방 논란은 국제적 고립의 길로 가느냐, 농심(農心)의 이반을 감수하느냐의 어려운 결정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 참석 중인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현지시간) 한국이 쌀 소비량의 8%를 낮은 관세로 수입하거나 쌀 관세율을 낮추고 수입쌀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토록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한국이 낮은 관세로 수입해야 하는 쌀은 소비량의 4%이다.

WTO는 13일 오전까지 농산물 등 부문별 선언문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 아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현지에서 농업 개방 협상 반대시위를 벌이던 이경해(56)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이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가슴을 찔러 자해(自害)한 끝에 사망했다. 이 같은 농민 자살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속되는 농업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정부는 외교협상력을 적극 활용해 李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부안군수 폭행…원전센터 계속 평행선

핵 폐기장 대책위와 정부의 입장이 평행선이다.

이현민 핵 폐기장 백지화 부안군민 대책위원회 정책실장은 "사건 당일 군민과의 대화에서 김종규 군수는 주민들에게 '핵 폐기장 유치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는 말로 일관, 주민들을 흥분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폭력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태에서 군수의 문병은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부안군민들은 12일 밤 부안읍에서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49일째 촛불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윤진식(尹鎭植)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날 金군수를 문병한 뒤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주민과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폭력가담자에 대한 엄정한 처리방침엔 변화가 없지만 주민들과 대화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평수 수석부대변인은 "부안 주민들의 고충은 이해하나 국가공권력을 무시하는 집단폭력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행사건 수사인력을 1백45명으로 늘리고, 金군수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金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민석, 칸쿤(멕시코)=정재홍, 부안=서형식,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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