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농산물 관세 상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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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회원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난항을 겪고 있다. 수출국과 수입국으로 대립했던 협상 구도에 선진국.개도국 대립까지 가세해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지경이다.

농업.비농산물(공산품+임수산물).싱가포르 이슈.개발.기타 등 5개 협상 분야별로 회원국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회의 의장인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멕시코 외무장관은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해 분야별 의장들에게 12일 밤(현지시간)까지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4자 대립 구도의 농업=협상 그룹은 ▶미국.유럽연합(EU)▶브라질.인도.중국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 22개국(G22)▶호주.아르헨티나 등 17개 농산물 수출국(케언스그룹)▶ 한국.일본.스위스 등 10개 농산물 수입국(G10) 등 4개로 쪼개졌다. 미국.EU는 지난달 13일 마련한 농업 합의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관세상한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품목은 의무적으로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물량(TRQ)을 늘리도록 했다.

케언스그룹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졌다. 가장 큰 후원자였던 미국이 EU와 붙고,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상당수 회원국이 보조금 삭감 요구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케언스그룹을 이탈해 G22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G22도 미.EU안보다 더 급격한 관세 인하와 보조금 철폐.감축을 주장하는 면에서 케언스그룹과 유사하나 개도국 특혜를 요청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G10은 EU가 빠져 세력이 약화됐다.

한국은 일본 등과 공조해 관세 상한을 설정하거나 의무적으로 TRQ를 감축하는 방안은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해 관세 인하폭을 완화하거나 인하를 유예하는 등 개도국 특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측 공동 수석대표인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예외 인정과 농업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분야는 선진국.개도국의 대립=비농산물의 경우 선진국은 관세의 급격한 인하를, 개도국은 완만한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경쟁력 있는 공산품은 선진국 입장이지만 임수산물에 대해서는 개도국 편이다. 특히 관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수산물 분야에서 일본과 함께 무관세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이슈도 선진국과 개도국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들과 함께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협상을 이번 회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개도국들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며 연구 활동만 계속하자는 입장이다.

◆협상 전망은 불투명=케이스 록웰 WTO 대변인은 12일 밤 기자회견에서 부국과 빈국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새 제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농업 문제 등에서 일부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새 선언문 초안은 13일 오전 10시에 각국에 배포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 최종 선언문 채택을 놓고 회의 마지막 날인 14일에 각국의 입장 조율이 집중될 전망이다.

칸쿤(멕시코)=정재홍 기자, 김영훈 기자


사진=마닐라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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