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삼아 EEZ 넓힐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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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를 키워 오키노토리(沖ノ鳥)섬의 수몰을 막아라."

일본 정부가 태평양 망망대해의 바위섬에 산호를 옮겨 심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일본이 거액의 예산과 최첨단 기술을 투입해 산호를 이식하는 이유는 '바다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도쿄(東京)에서 남쪽으로 1740㎞를 내려가면 바위섬이 나온다. 산호초로 이뤄진 오키노토리 섬이다. 위도상으로는 대만이나 호놀룰루보다 더 남쪽이다. 크기는 동서로 4.5㎞, 남북으로 1.7㎞이지만 대부분 물에 잠겨 있다. 만조 땐 자그만 바위 두 개가 수면 위로 70㎝ 정도 드러날 뿐이다. 면적으로 치면 10㎡ 정도.

하지만 이 바위섬이 갖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일본은 오키노토리가 국제법상으로도 엄연한 '섬'이라며 이곳을 기점으로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설정할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일본 본토(38만㎢)보다도 넓은 40만㎢의 EEZ가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중국의 말은 다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에 불과해서 EEZ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 바다가 공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가끔 중국의 탐사선이 오키노토리 주변을 항해해 일본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일본은 이 섬을 지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파도에 바위섬이 깎여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1989년엔 600억 엔의 돈을 들여 바위섬을 콘크리트와 금속 구조물로 둘러쌌다. 구조물의 재료는 해수의 침식작용을 이겨내는 특수 소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엔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오키노토리의 산호초가 급격히 줄어드는 걸 확인한 것이다. 물고기들이 산호를 뜯어먹는 데다 엘니뇨 현상에 따른 수온상승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일본 수산청은 한 학자가 18년에 걸쳐 개발한 최신 산호양식 기술로 이 섬을 지키기로 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강장동물인 산호가 해면 가까이 알을 낳은 것을 채취해 수조에서 키운 뒤 다시 바다로 풀어주는 방법이다. 수산청은 5월부터 오키노토리 주변에서 20만~30만 개의 알을 채취해 키운 뒤 여름에 옮겨 심는다는 계획이다.

오키노토리 주변엔 참치.다랑어가 서식하고 코발트.망간 등의 지하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오키노토리는 대만과 괌을 잇는 지점에 있어 전략적 가치도 크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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