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방미 미국은 그냥 '방문'… 중국선 '국빈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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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이 국빈 방문이라고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중국에선 국가주석이 외국에 가면 국빈 방문을 한다고 말하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중국이 국빈 방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굳이 문제 삼지 않겠지만 미국 입장에서 그 말을 쓰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백악관이 후 주석을 홀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서 얻어 낼 게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심사인 무역 불균형.위안화.지적재산권.인권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양보가 미흡할 것으로 예정된 만큼 후한 대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종의 불만 표현인 셈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7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 방문자로 맞았다가 의회에서 "천안문 사태를 무력 진압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나라의 지도자를 최고로 예우한 건 문제"라고 비판받은 전례가 있다.

"이번 회담에선 전략적 파트너십 선언 같은 것도 없을 것"(워싱턴 포스트)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국빈 만찬도 베풀지 않는다. 대신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환영식을 열고 20일 정상회담을 하며, 그 뒤 오찬을 함께한다. 후 주석은 방미 첫날엔 시애틀에 들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자신의 1억 달러짜리 호화 저택에서 베푸는 만찬에 참석한다.

워싱턴=이상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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