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경쟁력] 보고 먹고 입고 … 삼성 가전 3총사 '3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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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TV와 양문형 냉장고, 드럼 세탁기 등 가전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를 누르고 1위를 독차지한 것은 일종의 이변처럼 느껴진다. 삼성의 디지털TV '파브'나 양문형 냉장고 '지펠'은 LG의 '엑스캔버스'와 '디오스'보다 먼저 도입된 브랜드여서 선점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럼 세탁기에서 '하우젠'이 LG전자의 간판 브랜드 중 하나인 '트롬'을 제친 것은 삼성전자가 '하우젠'의 패밀리 브랜드 전략을 치밀하게 구사한 마케팅의 승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 품종 모두 1,2위 격차가 크지 않아 앞으로도 양사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 디지털TV = 삼성전자 파브가 3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파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파브가 탄생한 시점은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1998년. 대부분 기업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는 대형 고급 TV를 포기할 경우 앞으로 디지털 TV시장을 소니를 비롯한 외국 업체에 빼앗긴다는 판단에 따라 오히려 전력투구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에서 수량과 매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 생산하는 LCD 패널을 사용한 40인치 LCD TV는 기존 제품보다 27% 많은 64억4000만 가지 색을 재현하고, 5000대 1의 명암비와 178도의 시야각을 구현한다. 디자인에서도 스피커가 보이지 않도록 배치해 화면 몰입도를 높이는 '심플 & 미니멀리즘' 개념을 채용했다. LG전자 엑스캔버스는 구매의도와 충성도 면에서 파브에 밀렸다.

◆ 양문형 냉장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던 월풀.GE 등을 밀어내고 지펠과 디오스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애프터서비스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파고 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영국.프랑스 등 세계 34개 국에서, LG전자는 중동 등 11개 국에서 각각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약진은 소음.소비전력.냉각기술 등에서 외국 업체를 앞섰기 때문이다.

지펠은 냉동실과 냉장실에 각각 냉각기를 달아 음식 냄새가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독립냉각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개발한 '트윈 홈바' 제품은 지펠 매출의 40%를 차지하며 간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디오스는 소음과 전력을 크게 줄인 자체 개발 압축기 '리니어 컴프레서'를 내세운다. 비록 1점 차로 1위를 내줬지만 해마다 지펠과 점수 차를 줄이고 있다. 지펠이 영원한 1위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 드럼 세탁기= 하우젠이 지난해 공동 1위였던 트롬을 밀어내고 단독 1위에 올랐다. 2004년 1점 차 단독 1위에서 지난해 공동 1위를 허용한 트롬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마케팅 활동과 인지도에서 동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하우젠이 앞섰다. 특히 브랜드 경쟁력의 결과에 해당하는 구매의도에서 하우젠에 4점 차로 뒤졌다는 점은 트롬에게 아픈 부분이다.

드럼 세탁기 시장은 매년 두 배로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391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은나노' 기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데 대해 LG전자는 가정용으로는 세계 최대용량인 15kg 스팀트롬 세탁기를 내세우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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