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휘발유 대도시마다 비밀거래 성행|유통실태와 식별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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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싼 맛에 애용하는 공해주범「가짜휘발유」가 전국의 주요 도시에 범람하고 있다.
가짜휘발유는 용제류인 솔벤트에 폭발촉매제인 톨루엔·아세톤등 비교적 휘발성이 강한 화공약품과 약간의 휘발유를 섞어 만든 유사제품으로 엔진을 망가뜨리고 인체에 해로운 유독가스를 배출해 중대한 공해요인이 되고 있다.
제조방법이 비교적 용이한 가짜휘발유는 주로 이른 아침이나 야간을 이용, 자동차에 주유 하거나 전화주문에 의해 통 배달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주차장·세차장·자동차 정비공장 등에서 세차·정비 시에 주 유하기 때문에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있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가짜휘발유는 지난 81년 3월 주유소 정수삭제 폐지이후 석유판매업소의 증가로 유통마진이 감소하고 고 율의 특소세가 부과되면서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85년을 고비로 한동안 수그러졌다가 양대 선거를 거치면서 단속이 뜸한 틈을 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동력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짜휘발유 판매업소 적발 율은 85년 5·3%, 86년 3·6%, 87년 1·4%로 계속 낮아졌으나 올 들어 상반기 중에만 1·4%로 다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가짜휘발유는 일반 소비자들이 추정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뿌리깊고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분석.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마이카시대의 복병「가짜휘발유」의 유통 실태와 판별 법을 알아본다.

<유통실태>
요즘 들어 가짜휘발유는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그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으며 도시 변두리 세차장·정비공장은 물론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그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서울시내의 경우 대부분의 영업용 택시운전기사들은『LPG택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택시운전기사들이 지금까지 가짜휘발유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유사휘발유를 판매해 적발된 주유소를 보면(동자부자료)85년에 30개소,86년 79개소, 87년 54개소였으며 88년 상반기 중에는 2천3백22개 조사대상 업체 중 33개소가 적발돼 그중 18개소는 허가가 취소됐으며 3개 업소는 경고처분, 나머지 12개 업소는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가짜휘발유는 주원료인 톨루엔·키실 렌·벤젠 등 이 연소 할 때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생성도가 높아 인체에 해로우며 진짜휘발유나 경유보다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되어 대기를 오염시키고 또 자동차에 노킹 현상을 일으키는가 하면 장시간 사용할 경우 부품의 고장과 마모현상이 빨리 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해문제 외에도 가짜휘발유는 국가재정 면에서도 상당한 세수결함을 가져와 특별소비세·부가가치세·소득세를 줄게 한다.
동자부는 이 같은 가짜휘발유를 뿌리뽑기 위해 80년부터 내무부·감사원 등·관련기관과 합동으로 기동 점검 반을 편성, 판매업소에 대해서는 즉각 허가취소를 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펴 8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사휘발유제조업체 14개소, 세차장·주차장에서 유사휘발유 판매적발 35건, 무허가 지하탱크 설치사용 1백1건 등을 적발, 모두 7백56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도 했으나 정상휘발유와 가격차가심하고 판별도 쉽지 않아 불법휘발유의 제조와 유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짜휘발유가 단속을 피해 자꾸 생기는 이유는 ▲가격 면에서 진짜 휘발유(현재 ℓ당 4백18원)의 절반 값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가짜휘발유의 원료인 솔벤트 등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면에서 제조가 간단하다는 점 ▲가짜휘발유 제조자와 중간판매상들은 수시로 상호와 장소, 대표자이름을 바꾸어 가며 교묘하게 영업하기 때문에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가짜휘발유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현재 1백% 부과되고 있는 휘발유의 특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세제와 가격제도의 개편이 불가피하나 주무부서인 재무부가 세수결함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 뒷받침과 함께 일반 소비자·국민들의 협조와 호응이 따라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식별 법>
가짜 휘발유를 육안으로 판별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운행 중 과잉폭발로 인해 엔진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노킹 현상(주행 중 덜컹거리는 현상) 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에는 일단 유사휘발유를 사지 않았나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희뿌연 연기가 많이 나거나 새차인데도 부품의 고장과 마모현상이 빨리 와도 가짜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체크해 보는 게 좋다.
정상휘발유와 가짜휘발유의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유소를 자주 옮겨 다니지 말고 한 주유소에서 계속 휘발유를 넣으면서 엔진이 풀럭풀럭 거리는 부조화현상을 보이는지, 연료필터에 찌꺼기가 많이 가라앉지 않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악덕상혼에 속지 않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공·경인에너지·흥국 상사 등에서 직영하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산다면 속는 일이 없겠다.
영업용택시 운전사들은『가짜휘발유가 진짜보다 색상이 희고 소음기가 유난히 검어지며 오래 달리면 머리가 아파 온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좀더 들이더라도 자신의 건강과 차의 수명을 위해서 정상휘발유를 쓰겠다는 소비자의 다짐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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