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비행기 엔진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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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중을 날던 비행기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면 어떻게 될까. 비행기가 곧바로 추락할 것 같지만 실제 그런 사례는 아직 없다. 모든 엔진이 정지하지 않았다면 남은 엔진으로 가까운 비행장까지 날아갈 수 있다. 엔진이 전부 꺼졌다 하더라도 대부분 활공을 통해 지상에 착륙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가까운 거리에 착륙할 만한 활주공간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운항 중인 민간 항공기 가운데 엔진이 가장 많은 비행기는 보잉 747기다. 좌.우측 날개에 각각 두 개씩 모두 4개의 엔진이 있다. 그런데 하늘을 날다 갑자기 좌.우측 엔진 가운데 1개씩이 꺼졌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날 수 있을까? 답은 '태평양이나 대서양 정도는 거뜬하게 건넌다'이다. 엔진이 두 개 달린 비행기는 주로 중.단거리를 운항한다. 이 비행기를 타고 갈 경우에도 엔진 한 개가 꺼졌다고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갑자기 엔진 한 개가 꺼지면 기체가 금세 한쪽으로 쏠린다. 한쪽 엔진이 정지할 경우 자동적으로 반대쪽 엔진이 최대의 추진력을 내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 조종사는 기체 쏠림 현상을 바로잡는 페달(Rudder)을 밟는다. 그러면 곧바로 수평 비행상태로 돌아온다. 이 후엔 한 개의 엔진으로 운항한다.

어떤 비행기든 한 개의 엔진으로 운항할 수 있는 거리는 보통 180~200㎞다. 이 정도 거리면 어렵지 않게 인근 공항을 찾아 비상착륙할 수 있다. 승객들이 목적지 공항의 도착시간에 못 대는 불편만 감수한다면 안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착륙하려다 엔진이 모두 꺼져버린 경우에도 비행기는 활공으로 착지할 수 있다.

조종사들은 비행훈련을 받을 때 일부러 엔진을 끄고 활공으로 착륙하는 훈련을 수없이 한다. 내려오는 속도만 약간 빨라질 뿐 안전 착륙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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