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있는책읽기] 왜 주연만 박수 받나 조연의 보람은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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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주인공 자리는 희망자에 비해 늘 부족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모두가 주인공만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과 함께 '조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받는다.

조연의 자리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 윤리적으로 더 좋은 선택인 것처럼 배운다. 한 번 되짚어 생각해보자. 조연은 언제나 양보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맡는 자리인가? 조연만의 참다운 가치는 없을까?

'주인공이 되고 싶어'(토마 드 파올라 글, 최지현 옮김, 보물창고)는 유치원 공연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토미의 얘기를 담았다. 토미는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자기에게 주인공 '피터' 역할을 맡겨줄까 날마다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어긋나는 법. 선생님의 눈 밖에 나는 엉뚱한 실수가 이어지고 대사 한 마디도 없이 서 있는 '맙시' 역을 맡고 만다. 공연 날 결국 토미는 무대에서 주인공의 동작을 더 멋지게 따라 해서 연극을 망친다. 토미는 주인공 친구가 받을 박수를 빼앗았다고 꾸지람을 듣고 이튿날 사과를 하러 간다. 하지만 그 날 무대에서 받은 박수가 자꾸 생각나고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진다.

주연과 조연에 대해서 어린이들과 이야기할 때 주연이 좋지만 양보가 더 아름답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주연이 박수를 독점하는 문화가 엄연히 존재하는 한 이런 설득은 비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강요가 될 수 있다. 주목받고 싶은 기분에 공감해주는 토론도 필요하고 사람들은 왜 주연만 주목하는가에 대해 비판하는 토론도 필요하다.

조연의 가치는 무엇일까? '좋은 것이지만 네가 양보하라'는 말은 어린이들의 '주연 고민'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의 토미가 그랬던 것처럼.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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