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기 피격 레이다요원 오판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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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백90명을 태운 이란 민항기의 격추사건은 전투에 처음으로 투입된 미해군승무원의 심리적 긴장에 의한 실수로 빚어진 것이라고 3일 미 뉴욕타임스지가 특종으로 보도했다.
미국방부는 7월3일 미빈센스호의 포격으로 이같은 참사가 빚어지자 즉각 현지에 조사반을 파견, 세밑한 조사를 벌인 결과 레이다 등 동함정의 초정밀 계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밝혀냈다.
다시말해 레이다 조작요원들이 이란의 반다르 아바스비행장에서 이륙한 이 비행기를 포착 했을때 이를 빈센스호를 공격하려는 적기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일단 이륙할때 적기로 알아차린 오인은 이 비행기가 점점 가까이 오면서 더욱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됐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이같은 오판은 함장「윌·로저스」에게 보고돼 그도 결국 빈센스호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사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경우 함장은 물론 미해군도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로저스」대령은 당초 대공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앞서 정황판단을 위해 최후순간까지 기다렸다고 주장했으며 미합참의장「월리엄·크라우」해군제독은 정당방위였다고 설명한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조지·부시」부통령은 그후 유엔에 이례적으로 참석,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민간인을 태운 민항기의 통행을 허용한 이란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비극적인 실수라고 비난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조사반은 사고직전 빈센스호가 반다르 아바스 근해에서 이란쾌속정과 교전을 벌였던 일 때문에 승무원들이 초긴장상태에 있었고 아울러 7월4일 미 독립기념일을 기해 이란이 기습공격을 벌일 것이라는 경계까지 내려져 있었음을 밝힌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빈센스호의 승무원들은 실전배치에 앞서 1년6개월동안 학습과 훈련을 받았고 배 자체도 출항전 9개월동안 훈련 및 점검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승무원들이 전투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전투와 같은 초긴강상태에 처했을 때에 대비한 심리적 테스트도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군사심리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투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군인은 전투직전 또는 전투과정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긴장을 겪으며 때로는 환각과 환청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당초 국방성은 사고경위를 발표하면서 사고비행기가 7천5백피트(2천2백86m상공에서 하강하기 시작, 이를 빈센스호에 대한공격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으나 동조사반이 확인한 테이프에 의하면 이란항공655편은 피격당시 1만2천피트(3천6백58m)의 민항기 정상고도에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는 1일 미국의 중동 및 페르시아만 파견 해군을 총지휘하는 사령관에게 우선 보고됐으나 「칼루치」국방장관에게 보고되기까지는 일체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때까지 미국방성 논평도 기대되지 않고 있다.【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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