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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붉힌 송영무·문정인···이번엔 B-52 폭격기 충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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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또 한 번 서로에게 얼굴을 붉히게 됐다.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인 B-52가 한ㆍ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에 참가하는 게 취소됐는지에 대해 말이 엇갈리면서다.

발단은 16일 점심이었다. 송 장관이 문 특보를 비롯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초청해 북한과의 국방장관 회담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문 특보는 송 장관에게 “B-52가 이번에 오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날 북한이 맥스선더를 핑계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송 장관이 문 특보에게 ‘B-52는 오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문제는 문 특보가 송 장관의 발언을 옮기는 과정에서 생겼다.

문정인 특보. [연합뉴스]

문정인 특보. [연합뉴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 포럼에 참석해 “송영무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을 만나 17일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앞서 송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브룩스 사령관을 국방부로 불러 긴급회동을 가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문 특보에게 ‘맥스선더에는 B-52가 참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당분간 미 전략폭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게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미 국방부도 16일(현지시간) “B-52는 맥스선더에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송 장관은 브룩스 사령관과 북한의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의 배경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 뒤 맥스선더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30분간 짧은 만남이었기에 긴 얘기를 나눌 시간이 안 됐다”고 말했다.

송 장관과 문 특보는 매번 티격태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문 특보가 지난해 9월 15일 한 언론사 행사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참수부대 창설’을 거론한 데 대해 “상당히 부적절할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 장관은 사흘 후인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 특보에 대해 “그분(문 특보)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가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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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의 큰 기둥인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이는 것처럼 비치자 송 장관에게 ‘엄중주의’ 조치했다. 이후 송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이 과했다”며 사과했다.

지난해 10월 30일 문 특보가 일본에서 한 강연에서 송 장관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갔다. 이튿 날인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 장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특보가) 완전히 오보라고 일본에서 해명을 해왔다”며 “보좌관에 전화해서 본인이 그렇게 말한 적이 없고,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런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분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해서 훌륭한 국민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앙금이 가시지 않았는지 송 장관은 지난 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에서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이 4월 시작할 것이란 문 특보 발언과 관련해 “그 사람(문 특보)은 그런 것을 결정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과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송 장관과 문 특보가 이후 술 한 잔을 같이 하며 화해했다”며 “그런데도 매번 어긋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코드가 맞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송 장관이 대선 캠프 때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가진 문 특보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고 한다”며 “그 이후로 둘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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