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농축 우라늄 제조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 "역사적인 순간"=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밤 생중계된 TV연설에서 "이 역사적인 순간, 전능하신 신의 은총과 우리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실험실 수준의 핵연료 사이클이 완성됐다"며 "원자력발전소에 필요한 우라늄(순도 3.5%)을 생산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핵국가 클럽에 가입했음을 공식 선언한다"며 더 이상 이란의 핵 농축 포기를 강요하지 말 것을 서방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군중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환호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어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골람레자 아가자데 부통령은 "올 연말까지 원심분리기를 3000개로 늘릴 것"이라며 추가 농축 계획을 발표했다.

◆ 발표 배경 놓고 의견 분분=이란의 이번 선언에 대해 갖가지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핵개발 기술과 우라늄 농축 포기를 강요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IAEA 사찰단 방문 기간과 엘바라데이 IAEA 총장의 방문을 앞두고 우라늄 농축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는 얘기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부인했지만 최근 거세지고 있는 대(對)이란 공격설에 대한 맞불작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발표가 향후 국제사회의 압력에 유연한 대응으로 전환하기 위한 이란의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 정치 분석가인 사에드 라이라즈는 "이란이 '이제 우리가 권리를 행사해 목표를 이룸으로써 능력을 보여줬으므로 더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 유엔 무기조사단원이자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도 "서방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