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속에 구멍이 뚫리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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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은중독 집단발병사건과 문송면 소년의 죽음이라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콧구멍 속 물렁뼈에 구멍이 뚫리는 (비중격천공증) 중금속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 우리의 작업환경에 거듭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노동부와 의료진의 합동점검반이 조사한 1차 자료에 따르면 경인지방 중금속 취급 41개 업체중 10개업체에서 14명의 비중격천공 환자를 발견, 그 전 조사에서 발견된 24명을 합치면 모두 38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점검반의 조사가 아직도 전체 중금속취급 도금업체 2백4O여개소의 절반정도밖에 끝내지 않고있어 환자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공해업소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중금속 취급 기업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한 시설 개선방안을 제시한바가 있었다. 아울러 공해업소의 실태파악과 산재환자의, 현장조사를 철저히 실시할 것을 촉구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이황화탄소 중독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한 기업체에서는 공해시설 개체는 뒷전으로 두고 이황화탄소 환자가 발생하면 무조건 강제로 퇴사시키는 무리한 일만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근로자가 생겨나면 몇백만원의 보상금을 주며 법정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유야무야로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이처럼 부도덕한 기업가가 실재하고 있고 그토록 큰 여론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아직도 공해비행의 횡행에 무감각해 있다. 기업가의 부도덕과 행정부의 무감각이 상존 하는 한 우리사회의 공해와 근로자의 작업환경은 개선될 수가 없다.
어제 노동부가 발표한 공해업소의 집단이주계획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매우 고무적이고 근원적인 해결방법의 하나로 평가할만한 일이다. 공해나 직업병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영세한 공해업소를 수도권 외곽에 임대공단을 조성해서 집단이주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작업환경도 개선하고 공해방지 설비를 공동 운영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체는 노동부의 이러한 계획이 해당기업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영세기업들이 즐겨 참여할 수 있게끔 세제상, 금융상의 혜택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그러한 이상적 계획이 앞당겨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비중격천공 환자의 발생을 계기로 우리가 다시 한번 제기코자하는 예방의학적인 산재대책은 정부가 종합적이면서도 선도적인 강력한 산재추방 의지를 펼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언제, 어떠한 형태로, 얼마만큼의 근로희생자가 생겨날지 예측 할 수 없는 오늘의 노동환경 현실 속에서 기업가의 도덕성과 자율성만을 매도하고 강조할 수는 없다. 이들 영세기업가들을 임대공단으로 집단 이주시킬 수 있는 관계부처간의 공동 노력이 있어야겠고 예방과치료를 동시에 범행시킬 수 있는 전문기관과 예산이 종합적으로 편성되어야할 것이다.
기업가는 지나친 정부의존도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는 수익 추구에만 급급하는 경영방식을 탈피해서 노동환경 관리가 곧 경영의 요체라는 새로운 경영사고에로의 전환이 요청되는 시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근로자 또한 열악한 작업 환경속에서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노동의 부당함을 기업가에게 촉구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장을 자신의 힘으로 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할 것이다. 그러할 때 건전한 사회에서의 건전한 근로자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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