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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 스리백?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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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3월 25일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프리킥을 막기 위해 벽을 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3월 25일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프리킥을 막기 위해 벽을 쌓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12장의 카드를 손에 들었다. 그중 3장을 뽑아 쓸 것인가, 아니면 4장을 뽑아 쓸 것인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예비엔트리, 그중에서도 수비수 얘기다.

수비 고민 보인 월드컵 예비엔트리 #12명 수비수 중 중앙수비수만 6명 #김민재 부상으로 장현수 ‘짝’ 고민 #상대팀 따라 스리백·포백 오갈 듯

신태용(48)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월드컵 본선 예비엔트리를 발표하자,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 등 ‘깜짝 발탁’ 카드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의 초점은 대표팀 취약 포인트인 수비진으로 옮겨갔다. 특히 예비엔트리 28명 중 절반 가까운 12명(미드필더 박주호 포함)을 수비수로 뽑으면서, 신 감독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정승현·김영권·권경원·윤영선·오반석 등 중앙수비수를 6명이나 뽑았다. 측면수비수도 홍철·김민우 등 공격 가담이 좋은 선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비 요원이다. 한국의 본선 첫 상대인 스웨덴의 스포르트블라데트는 15일 “한국이 예비엔트리에 수비수를 12명이나 뽑았다. 4년 전 브라질 때 9명이었는데, 인원을 대폭 늘린 건 수비 고민이 깊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수비 전술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고민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신 감독은 엔트리 발표 때 “4-4-2를 대표팀 포메이션의 플랜A로 준비했는데,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플랜A와 B를 맞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이 언급한 플랜B는 3-4-3이나 3-5-2 등 스리(3)백 기반 포메이션일 가능성이 크다. 포(4)백이든, 스리백이든, 상대의 공격형태와 우리 수비진 사정에 따라 오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느 경우든 구심점이 장현수(27·FC 도쿄)란 점이다. 장현수의 파트너로 누굴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신 감독이 플랜B인 스리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건 플랜A인 포백 때 장현수와 짝을 이룰 선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당초 유력했던 김민재(22·전북)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영권(28·광저우 헝다)은 장현수와 가장 자주 호흡을 맞춰봤지만,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데다, A매치 번갈아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여론도 차갑다. 정승현(24·사간 도스) 등 나머지 조합은 발을 맞춰 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스리백을 쓸 경우 장현수가 스위퍼(sweeper)를 맡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홍명보처럼 가운데 자리를 잡고 수비 흐름을 조절하게 된다. 그리고 양옆에 상대 공격수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스토퍼(stopper) 두 명을 세운다. 체격과 힘이 좋은 권경원(26·텐진취안젠), 윤영선(30·성남), 오반석(30·제주) 등이 후보군이다. 세 명의 중앙수비수가 페널티 박스를 지키는 동안 윙백이 공수를 오가게 된다. 윙백이 수비 지역에 내려왔을 땐 장현수가 기성용(29·스완지시티) 등 미드필더와 호흡을 맞출 수도 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중앙수비수의 기량이 떨어지거나 조직력이 약할 때 선수 숫자를 늘리는 게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며 “포메이션 선택에 따라 수비진뿐 아니라 공격진 구성도 달라지는 만큼, 신태용 감독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28명의 예비엔트리 선수들에겐 전술 적응이 생존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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