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징소외교」에 낙관은 금물|중국학자 참석한 「중-소-동북아정세」 세미나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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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공산권문제 연구기관의 협의체인 한국공산권연구협의회(회장 김달중 연세대교수)는 지난 26∼27일 양일간 서울 호텔신라에서 공산권문제, 특히 중소문제연구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미 조지 워싱턴대 중소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소련·중국·동북아에 관한 한미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한·미·중 전문학자 70여명의 참석자들은 최근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로 「고르바초프」 집권 후 소련의 대 동북아외교 강화를 꼽았다.
『「고르바초프」의 대아-태 외교정책』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문수층 교수(숭실대)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 트로이카(개혁)는 외교분야에서 소위 「새로운 발상」(뉴싱킹)으로 과거 「브레즈네프」의 무력 우선, 대 서방 강경외교에서 벗어나 실리위주의 유연외교를 펴는 「외교적 페레스 트로이카」를 펴 세계외교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덧붙여 「칼·린덴」 교수(조지 워싱턴대 중소문제연구소 부소장)는 「고르바초프」 외교가 종전의 그것과 다른 것은 외교나 내정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 앞으로 그의 외교적 성공여부는 현재 추진중인 내정개혁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허버트·엘리슨」 교수(워싱턴대)는 80년 이후 소련의 대 동북아 외교목표는 중일과의 관계개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강화라고 지적했다.
이중에서 특히 중소관계 정상화는 「고르바초프」의 적극외교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멀지않아 중소 정상회담 개최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슨」 교수는 특히 소련의 대 북한 영향력 증대에 대해 미-중-일-한의 관계강화에 불안을 느낀 북한이 자연히 소련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고, 그러나 소련의 북한 지원은 북한식 한반도 무력통일 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증대를 막고 소련의 기득권, 즉 북한에서의 군사기지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
『소련·중국의 한반도 정책』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안병준 교수(연세대)는 소련의 한반도정책은 한마디로 북 군사-남 경제, 중국의 그것은 북 정치-남 경제라고 정의, 소련은 북한에 미·중·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완충지대 역할을 기대하며, 이를 위해 MIG·SAM 등 신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소련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경제교류, 특히 소련으로선 국가적 중대사인 시베리아개발에 한국을 참여시키려 하고 있으며, 소련이 일찍부터 88서울올림픽 참가를 확고히 표명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우호적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회의론을 편 참석자들도 있었는데 그중 「윌리엄·와이즈」 박사(미 국방성 차관보실 아-태지역 보좌역)는 「고르바초프」의 평화외교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 85년 「고르바초프」 집권 이후 동북아지역에서 소련의 세력팽창과 군사력증강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고 경계론을 폈다.
그는 ▲85년 이후 극동 주둔 소련군 4개 사단 증가(총 57개 사단) ▲베트남의 캄란만 해군기지·다낭기지 강화 등 대대적 군사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그 예로 들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중국사회과학원의 장문무 박사는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사회체제나 이념으로 결정하지 않을 것이며, 다극화된 세계에서 모든 나라가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평화 5원칙을 충실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자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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