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일주일 만에 北 고위급 또 베이징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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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위층 인사를 포함한 대표단이 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한 뒤 일주일 만에 또다시 고위급 대표단이 중국을 찾는 등 북ㆍ중간의 고위층 교류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류명선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등 중관춘 시찰 # “당대당 교류 복원”…中 외교부 “북·중, 정상적으로 왕래”

 이번 대표단에는 류명선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포함됐으며 인원수도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의 전통인 ‘당(黨)대당’ 교류가 복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린 뒤 10시 반쯤 공항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는 오전부터 무장 경찰이 배치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다. 이들은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의 영접을 받으며 중국 측이 제공한 의전용 차량으로 댜오위타이(釣魚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오후 2시쯤 영빈관을 나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3월 하순 방중한 김정은 위원장이 둘러봤던 곳이다.

류명선 노동당 부위원장 등 14일 방중한 북한 대표단이 둘러본 중국과학원 문헌자료센터.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곳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류명선 노동당 부위원장 등 14일 방중한 북한 대표단이 둘러본 중국과학원 문헌자료센터.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곳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이날 방중한 북한 고위급 인사 중에는 류명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능오 노동당 평안북도위원장, 김수길 북한 노동당 평양위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ㆍ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방중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표단에 포함된 류명선 부부장은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달 14일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접견했을 때 배석했던 인물이다. 또 평양과 평안북도의 노동당 위원장이 포함된 점으로 미뤄 중국 당 대외연락부가 지난 2010년처럼 북한의  시ㆍ도 당 위원장을 초청해 주요 지역 시찰을 통해 북·중 협력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방중 인사의 신원을 묻자 북·중간 교류에 대해서는 북·중 양측은 정상적으로 왕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꺼렸다. “아는 바 없다”는 대답은 이번 대표단이 북ㆍ중 정부 간 교류가 아닌 ‘당 대 당’차원의 방문임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대 당’ 교류는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가 담당하며 정부 기구인 외교부는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게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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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ㆍ중 교류 정상화 움직임은 북한 주재 중국 대사의 행보에서도 나타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11∼12일 참관단을 이끌고 북한 측 압록강 변과 신의주시를 둘러보면서 양국 지방 및 민간 교류를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 대사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접한) 평안북도와 중국 랴오닝 성의 강화를 제안했다.

리 대사가 북·중 국경도시부터 찾은 것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본격적인 경제 교류가 재개될 때를 대비한 발 빠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능오 평북 당 위원장은 “북·중 우호는 당과 정부가 굳건히 견지하는 흔들림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4일 방중 대표단에 포함됐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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