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중대장이 모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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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미군의 젊은 장교들이 줄줄이 군복을 벗어 수뇌부가 고심하고 있다.

10일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명문 사관학교로 꼽히는 웨스트포인트 출신 사이에서 조기 전역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웨스트포인트 2000년도 졸업생의 경우 지난해 의무 복무기간 5년을 마치자마자 3분의 1 이상이 전역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2003년 78.1%였던 웨스트포인트 출신 위관급 장교들의 재계약(복무연장) 비율은 지난해 65.8%로 떨어졌다.

이 같은 웨스트포인트 출신들의 조기 전역 바람은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정부가 이들을 사립 명문대 수준으로 교육하면서 상당한 돈을 들였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나랏돈으로 키운 웨스트포인트 출신 장교들이 조기 전역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것이다.

조기 전역 붐은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 장교들도 마찬가지여서 4년 의무 복무기간을 끝내고 바로 제대하는 경우가 급속히 늘었다. 이처럼 초급 장교의 제대 비율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04년부터다. 중대장급 장교의 전역 비율은 2003년 6.1%였던 것이 2004년 8.2%, 2005년 8.4%로 늘었다.

군 수뇌부는 젊은 장교들의 이탈 사태가 계속되면 중대장급 장교는 물론 상위 계급에서도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NYT는 "군 관계자들은 조기 전역 붐이 9.11 테러 이후 한껏 고양됐던 애국심이 식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군대에선 전근이 잦은 데다 보수도 기업보다 낮기 때문에 조기 전역해 보다 안정적인 삶을 찾으려는 젊은 장교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2~3년 새 미국인의 애국심이 시들해지면서 사관학교 지원자도 확 줄었다. 지난해 웨스트포인트 지원자 수는 2004년보다 9.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NYT는 현역 장성의 말을 인용해 "과거 미군 장교들은 7~8년을 주기로 진로를 결정했으나 요즘 젊은 장교들은 3~4년 단위로 인생을 설계해 조기 퇴역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군 수뇌부는 이 문제를 '당근'으로 풀려고 한다. 의무 복무기간을 채운 뒤 복무를 3년간 연장하는 초급 장교들에겐 대학원 진학과 희망 보직.근무지 배려 등의 혜택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유인책은 현재까지 상당한 열매를 맺었다. 올해 임관된 초임 장교들의 3분의 1가량이 의무 복무기간 4~5년이 끝난 뒤 3년을 추가 복무하겠다는 계약을 미리 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이와 관련,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학력이 좋으면 제대 후 사회생활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장교들 사이에 군 복무 중 대학원 진학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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