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청약자들 하소연 3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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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판교신도시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청약이 중반전에 돌입하면서 청약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반면 판교 청약에서 소외된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비록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현행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예비청약자들의 하소연을 정리했다.

15년 전 가입한 청약부금통장을 가진 주부 이모(47)씨는 가정형편상 목돈이 덜 드는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길 원했다. 하지만 판교에서 공급되는 임대아파트는 주공과 민간분 모두 청약저축 가입자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청약을 포기했다. 이씨는 "매월 일정액을 저축한다는 점에선 청약저축이나 청약부금이 똑같은데 왜 청약자격은 다른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공 임대는 예전부터 청약저축 가입자에게만 분양됐다. 반면 민간의 임대아파트는 2004년 3월 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청약자격이 바뀌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간 임대아파트의 경우 건설사가 국민주택기금을 사용했을 때에만 청약부금 가입자도 청약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런데 판교 민간 임대 가운데 기금을 사용하는 아파트는 한 곳도 없어 모든 물량이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돌아갔다. 만약 이씨가 청약저축에 가입해 매월 10만원씩 납부했다면 판교 주공 임대아파트 입주는 확정적이었다.

15평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전세를 살던 회사원 박모(37)씨는 지난해 집이 경매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전세금이라도 건져볼 요량으로 경매에 참여, 살던 집을 70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1997년 청약저축에 가입해 1100여만원을 모았던 박씨는 결국 이 집 때문에 유주택자로 간주돼 판교 주공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게 됐다.

박씨는 "3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무주택 1순위로 청약하는데, 1억원도 안 되는 집을 갖고 있다고 청약자격조차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6평 이하 주택만 무주택으로 간주되며, 전세금의 다과 여부는 무주택 요건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고가 전세입자는 청약자격을 제한하고 저가 주택은 무주택으로 간주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하지만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채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88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95년부터 줄곧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홍모(39)씨에겐 판교 청약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건교부에 자격을 문의한 결과, 해외 영주권자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세대주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홍씨는 "해외 시민권자와 달리 영주권자는 국적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엄연한 한국인"이라며 주민등록증을 대신할 거소신고증도 발급받았고, 건강보험증에도 세대주로 기록돼 있다고 건교부에 항의해 보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해외에서 10년 이상 주재원으로 근무해도 청약자격이 있는데 국내에 살며 세금까지 꼬박꼬박 내는 사람을 해외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제외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6월 말까지 청약제도를 대폭 개편키로 하고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제기된 문제들이 타당성이 있는지를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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