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원 62% "물갈이 공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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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들의 62%는 내년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 중 다수는 바람직한 물갈이 방식으로 '중진 스스로의 용퇴'와 '공정한 경선을 통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꼽았다. 이는 중앙일보 정치부가 7~9일 한나라당 의원 1백49명 중 1백21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및 면접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폭적인 물갈이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2%인 75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위적 물갈이는 안된다"며 반대한 의원은 29%인 35명이었다. 11명은 민감한 문제라며 응답하지 않았다.

대폭 물갈이를 주장한 의원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초.재선 소장파들이 대부분이었다. 3선 이상과 영남권의 60세 이상 재선 의원들은 대체로 물갈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영남권의 한 4선 의원은 "선거 때마다 40% 정도는 늘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돼 왔다"며 "당내에서 특정 기준을 적용해 인위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물갈이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는 '비리나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능력, 경륜, 지역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응답이 26명이었다.

일부 소장파가 제기했던 '일정한 나이를 기준으로 물러나야 한다'(3명)와 '5, 6공 출신 정치 이력자는 퇴진해야 한다'(6명)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물갈이 방식과 관련해 '상향식 공천제도를 보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경선'(31명)과 '원로 중진들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27명)는 의견이 많았다. '최병렬 대표 등 지도부가 나서서 중진들의 퇴진을 설득해야 한다'는 응답은 11명이었다.

소장파인 권영세 의원은 "원로 중진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모양새도 좋고 국민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 응답자의 76%인 93명이 원내 제1당을 전망했으며, 예상 의석수는 현재(1백49석)와 비슷한 수준인 1백40석~1백50석으로 내다봤다. 61명이 '전망이 밝다', 29명이 '보통'이라고 했으며 '어둡다'고 답한 의원은 10명이었다.

최병렬 대표의 비서실장인 임태희 의원은 "전망이 어둡고 제1당이 안될 수도 있다"고 했고, 부산 출신의 崔대표 측근인 정형근 의원도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설문에 응답한 의원은 연령별로 60대 이상 63명, 50대 34명, 40대 21명, 30대 3명이다. 선수(選數)별로는 초선 46명, 재선 37명, 3선 이상 38명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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