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은 우리가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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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글을 깨치지 못했거나 셈을 할줄 모르는 국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매미학교」(18∼29일) 가열리고 있다.
매미학교는 여름방학을이용하여 한국지역사회학교후원회(회장 정주영)소속 봉사서클인 「한뜻 젊은 새이웃」과 「성신 젊은새이웃」대학생들이 서울동답국민학교와 답십리국민학교 어린이 1백여명에게「학교생활의 즐거움」을되찾아주기위해 마련한 특별프로그램.
평소의 학교수업과는 달리 언니·형같은 대학생선생님들은 어린이들과 신나게 노래하며 게임을 즐기는 사이 어느덧 한글을 읽고 쓰거나 덧·뺄셈을 익혀준다.
예컨대『고래 아저씨가코끼리 아저씨를…』하며합창하다말고 선생님이『고래!』하고외치면 어린이들은 자·모음카드에서「ㄱ,ㅗ,ㄹ,ㅐ」를 찾아「고래」라는 글자를 맞춘다.
따라서「구구단도 못외는바보」라든가「한글도 모르는 까막눈」이라며 놀림받고 따돌림당하는 사이 잔뜩 주눅들었던 어린이들은 어느덧 활짝 웃으며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발표하기도 하는등 마냥즐거운 표정들이다.
19일오전 동답국민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낱말맞추기 놀이를하던「매미학교」선생님 김진양(성신여대)은『한글과 셈을 모르는데 따른 학습결손이누적되어 심각한 열등감에 빠져있던 어린이들이차츰 자신감을 되찾고 티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길수 없는 보람』이라고 말한다.
40여명의 어린이들을 8명의 대학생들(그밖에 여러명의 대학생들이 번갈아 보조교사로 활동한다)이 함께 지도하는 만큼평소 콩나물교실에서는 도무지 기대할수 없는 개별적 관심과배려속에서어린이들은 구김살없는 동심을 되찾는다.
이 학교 정의섭교장의설명에 따르면 학습지진아동들은 가정형편이 매우어러운 경우가 대부분. 학습지진아들은 선천적으로 학습능력이 유독 뒤떨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개는결손가정이라든가 부모가 맞벌이를해야하는 등의 이유로 자녀에게 별다른관심을쏟지 못하기때문에 수업시간에 무슨 얘긴지 통모르는채 따분하게 자리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환경은 벼란간바뀌기 어려우므로 방학을 이용해 한글과 셈정도를 익힌다고해도 이어린이들은 또다시 앞으로 교과진도가 나가면 수업시간을 고행처렴 견뎌내야하기 십상. 그래서이 대학생 선생님들은 앞으로 2학기에도 방과후에「어린이 공부방」을 계속 운영, 어린이들이 또다시「지긋지긋하고 재미없는 학교생활」에 시달리지 않도록 도울 예정이다.
지역사회학교후원회 장재호간사는『지역에 따라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한학급에 최소 2∼4명쯤은 특별한 개별지도가필요한 어린이들이 있는것 같다』면서「매미학교」와「어린이 공부방」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라는사실이 확인되면 내년부터각지방 국민학교까지 좀더 많은 학교로 확산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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