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특검·추경 동시처리” 야당 “조건 달지 말고 특검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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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들이 7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왼쪽부터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김성태 자유한국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강정현 기자]

여야 원내대표들이 7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왼쪽부터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김성태 자유한국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강정현 기자]

‘드루킹 특검’을 놓고 여야 대치가 계속되면서 국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7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성과 없이 끝났다. 여당은 ‘특검안과 추경안의 동시 처리’를 제안했고, 야당은 ‘선 특검, 후 추경’으로 맞서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원내대표 담판 40분 만에 결렬 #우원식 “불법댓글 진상규명 특검 #야당 추천하되 여당에 비토권 달라” #김성태 “김경수 이름 뺀 특검은 꼼수” #김동철 “여당이 사실상 특검 거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안 동시 처리 등) 3가지 조건과 함께 특검법을 수용하겠다는 통 큰 제안을 했는데 야당이 어떻게든 국회를 파탄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시기도 임명도 내용도 모두 민주당 입맛대로 하겠다는 것은 특검을 유명무실하게 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두 원내대표와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정의의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특검 처리와 5월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40분 만에 결렬됐다.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예정돼 있지만 여야 어느 한쪽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접점을 찾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 의장이 정한 5월 국회 정상화의 마지노선은 8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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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특검 수용과 함께 내건 3가지 조건은 ▶5월 24일 추경안과 특검안을 함께 처리할 것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으로 할 것 ▶특검은 야당이 추천하되 여당이 비토(거부)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이 밖에 물관리일원화(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분리돼 있는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등 7개 필수법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미세먼지특별법·미투법 등 7개 민생법안의 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건부 특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의원총회에서 “특검을 하긴 하는데 최대한 늦춰서 하고, 정권이 내놓은 추경안도 손대지 말고 민주당 입맛에 맞는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건데 수용할 수 없었다”며 “민주당은 드루킹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김경수 의원도 특검법안 이름에서 빼자는 꼼수 특검안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 원내대표가 오늘 협상은 ‘패키지 딜’이라고 전제를 달았다”며 “야당이 받을 수 없는 수많은 전제 조건을 달아 사실상 특검 거부이면서도 조건부 수용처럼 비춰지도록 교활한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안한 것 중 특검 추천(방식)과 처리 시기, 이 두 가지는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우원식·김성태 원내대표 회동 때는 ‘남북 정상회담 비준안’이 걸림돌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시 우 원내대표가 남북 정상회담 비준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해 주면 민주당 내 특검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지난 5일에는 30대 남성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해 목에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다. 이날은 우 원내대표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보고 비준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해 비준안 처리 시기가 쟁점이 되진 않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렇게 얻어터지고 천막에 5일째 자빠져 있는 저에게 어떻게 이런 특검을 제안해 놓고 특검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느냐”며 “치밀하게 계산된 민주당 안을 보고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 “추경은 5월 국회가 정상화하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8일 의원총회에서 드루킹 특검 관철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침낭과 모포 등 침구류, 세면도구·간편복 등을 준비해 달라”고 공지했다.

김경희·정용환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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