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줴이'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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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4보(41~53)=구쯔하오 9단은 별로 주저하지도 않고 42로 과감하게 흑돌을 끊었다. 흑백이 이리저리 뒤엉키며 한바탕 전투가 일어날 조짐이다. 이제부터 반상은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좌하귀가 폭풍의 핵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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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까지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모양. 그런데 이후에 탕웨이싱 9단의 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한 번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라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그의 수읽기와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장고 끝에 나온 49는 응수타진. 백의 선택을 묻고 있다. 구쯔하오 9단은 50으로 따냈는데, 이는 사실 완착이었다. 여기서는 '참고도'처럼 간명하게 백1로 잇고, 백 두 점을 버리는 게 나았다. 대신 흑 석 점을 잡아 하변을 두텁게 만드는 게 훨씬 득이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줴이(絶藝)' 역시, 만약 백이 '참고도'대로 뒀다면 승률이 51.7%로 높아지는 것으로 계산했다.

참고도

참고도

AI 바둑 프로그램이 사람을 압도한 이후, 어느 순간부터인가 세계대회 검토실에서 일류 프로기사들이 줴이 등의 프로그램을 참고해 연구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프로기사들은 줴이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승률과 참고도를 보면서 더욱 다양한 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곤 한다. 어떻게 보면 AI 바둑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바둑의 외연이 넓어진 셈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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